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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의 충격

  • 기사입력 2018.03.16 09:34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이라크나 남수단 같은 전란국가에도 못 미치며 자살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직장 내 성 평등 지수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보다 열악하다. 세대. 지역 계층과 같은 한국사회의 각종 불평등한 구조가 개인의 출산율을 가로막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 혁신을 위해 돈을 더 쓰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인하대 윤홍식 교수)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만혼이 심각하므로 미혼 청년 가구에 대한 주거비용을 늘리되 이들이 결혼 출산을 하면 지원 정도가 더 커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선임 연구원)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안일만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저출산도 해결 가능하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

이쯤이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겠지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한국사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발표에서 발표된 발언들이다. 현재 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져 세계 최저를 기록, 5년에서 7년 후에는 년 출산율이 20만명으로 국가적 재앙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현실위기에서 여러 방면으로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발언이다.

이밖에도 "독립한 청년 가구엔 집을 주는‘국가의무제’를 도입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의 준말)을 없애자" "선진국처럼 학교 수업 시간을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늘리면 워킹맘의 하교 쇼크는 사라질 것이다" 등 참석한 패널마다 저마다의 주장을 펼쳤는데 누구도 뚜렷한 대책이나 비전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그야말로 토의로 끝나고 말았다.

국민의 노령화와 신생아 출산의 감소는 우리만의 위기는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지만 확실히 우리나라가 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혼, 취업난, 가임여성감소와 혼인건수의 최저수치는 심각한 위기다. 그리고 노인 인구가 아동 인구를 넘어선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마치 핵폭탄급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6~7십년대만 해도 대게 7.8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왔다. 또한 부모를 모시고 힘든 농사일까지 해가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살았다. 그때는 모두 그랬다지만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나라의 중심이 되어 오늘날 큰 발전을 이뤘다. 현실을 보면 노령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신생아가 줄어 노령인구에 밑돈다. 이대로 가면 인구의 감소로 인한 국가위기가 눈앞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편은 무엇인가. 현재는 어떠한 대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다. 만혼. 취업난. 여성의 이중부담. 가임여성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고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공동체를 벗어나 독립적인 평안함을 추구하는 이기심의 사회로 바뀌고 있지만, 누구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못한다. 더구나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첫출산 시기도 31.6세로 늘어났기 때문에 2명 또는 3명을 낳아 키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대도시일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서울은 0.84명에 불과하다.

국가의 장래는 어린 인구에 달렸다. 어른들이 떠나고 이어받아야 할 어린이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보육비 부담과 지속적인 저출산 대책은 한계가 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으나, 현재는 적절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개인의 행복추구가 부에서 가족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꿈일 뿐이다. 1.05의 핵폭탄이 머지않아 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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