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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의 투명 아이스 컵

  • 기사입력 2018.07.06 09:36
  • 기자명 김해빈


▲ 김해빈 시인/칼럼니스트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하여 자연을 이용하는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삶의 질을 개선하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재앙을 물리치고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렇게 종족의 번식과 번영을 함께 꾀하는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종말까지 함께 할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달한 만큼의 역효과를 항상 짊어지고 있어 환경을 스스로 파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든 각종 기계와 새로운 물질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많은 발전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환경을 오염시켜 패망의 길로 빠져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있다. 각종 오염물질의 과도한 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과 환경파괴로까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극도의 위험에 노출되어 지금까지 늘려온 기대수명의 단축은 물론 하루하루 사는데도 힘든 실정에 이르고 말았다. 대기오염은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매년 경고등은 빨강 불을 켜고 있다.

현재 인간이 만든 물질 중 가장 위험이 큰 것은 원자핵이지만, 그것은 인간 모두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고, 대책을 수시로 마련하여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원자핵보다 더한 물질이 우리에게 심각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어 걱정이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간단한 유기 화합물을 결합하여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열이나 압력을 가하여 어떤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인공 재료 또는 이러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말하는데, 합성수지라고도 한다. 플라스틱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한다. 석유 등에서 뽑아낸 물질에서 분자량이 작은 원료를 먼저 만들고 이것을 이어 붙여 고분자로 만든다. 일정한 온도를 가하면 물렁물렁해지므로 이것을 틀로 누르면 어떠한 모양이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쇠처럼 녹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니 얼마나 유용한 물질인가! 게다가 가벼우면서도 튼튼할 뿐 아니라 어떠한 색깔로도 만들 수 있으며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열에 약하고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이 흠이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로 우수성을 나타내는 플라스틱은 일용 잡화는 물론 가구, 건축재료, 전기부품, 차량과 선박의 부품 등을 만드는 데 널리 쓰인다. 따라서 쇠붙이, 목재, 섬유 등 재래의 공업 원료 대신 쓸 수 있게 되어 그 역할이 더욱 다양해지고 쓰임새도 커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 플라스틱 제품이 없다면 어떨까?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불편하여 혼란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짐작이 어렵겠지만 1909년에 미국의 베이클랜드가 베이클라이트(페놀 수지)를 만들어 낸 것이 처음인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갑자기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현대를 '플라스틱의 시대'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용가치만큼 부작용이 많아 심각한 재해가 되고 있다. 미세하게 분해된 플라스틱 조각들이 인체에 흡입되어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굳어버려 각종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갈수록 규제가 커지고 그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좇아서 한번 사용한 플라스틱을 완전하게 재생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각종 상품에 포장용으로 이용하는 것에 비하여 그 대책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럴 때 국내 대표적인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앞장서서 기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상품 로고를 커피 컵에서 지워버리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아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서 보면 현재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연간 사용되는 커피 잔은 약 6,000만 개에 이르고 그 외의 제품에도 년 3억 개가 사용되고 있다는데 플라스틱 컵에서 기업의 상표를 지운다는 것은 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고 매출에 심각한 손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인간을 위한 환경개선에 먼저 뛰어든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얼마 후에는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도시락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발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소비는 미덕이다. 하지만 소비를 부추기는 판매자는 그 반대다. 한데도 그러한 공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세븐일레븐의 혁신적인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 이로써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이 번져가기를 바란다. 또한 앞장서는 실천 기업에 국민은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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