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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생명안전 시민넷, 정부의 산안법 시행령 강행 방침에 대한 <호소문> 발표

  • 기사입력 2019.06.19 17:21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정부 원안대로 시행령 제정되면 매년 2,400여 노동자계속죽어갈 것

“정부와 국회는 이 무수한 죽음에 대해서 어찌 이처럼 아둔한가“

[한국NGO신문] 생명안전 시민넷 김훈 공동대표가 6월 18일,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강행 방침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산안법 하위법령을 노동현장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줄 것을 요구했다.

생명안전 시민넷은 6월 20일, 청와대, 노동부 장관, 민주당 대표 등에 이 호소문과 단체의 '산안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식 발송한다고 밝혔다.

작년 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된 후, 지난 4월 말,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발표됐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할 방안이 빠짐으로써 인권·노동 시민단체들로부터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결국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없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달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만 외주를 제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하고, 또, 건설기계 기종 27개 가운데 4개 기종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한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 민변, 민주노총 등 15개 노동·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은 5월 27일 오전 10시 전태일 기념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한데 대해 규탄하고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 은동기

앞서 지난 5월 27일에는 고 김용균사망사고진상규명및책임자처벌시민대책위원회, 생명안전 시민넷, 노동건강연대, 민변, 민주노총 등 15개 노동·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전태일 기념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한데 대해 규탄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을 촉구한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매년 죽어가는 2,400여 노동자, “이보다 더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가 어디 있나”

김훈 공동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지금 쾌적한 작업환경을 요구하는 것도, 급여나 휴가일수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닌, 단지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이어 “해마다 2,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다가 추락, 폭발, 매몰, 붕괴, 압착, 중독, 질식 등으로 죽어나가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몸이 으깨지고 간과 뇌가 땅위에 흩어지고 있다. 정부의 통계 밖에서 잊혀지는 죽음도 수없이 많다”고 지적하고, “기업주는 이 무수한 죽음에 대해서 소액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원안대로 이 시행령이 제정되면 내년에, 그리고 그 다음해에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죽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보다 더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는 없다. 왜냐하면 날마다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날마다! 사람 목숨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공동대표는 또 위험한 일을 영세한 외주업체에 하도급해서 책임을 전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행위는 경영의 합리화가 아니라며, “기업은 이 무수한 죽음 위에서만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투자의욕이 살아나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안전을 강화하고 책임을 감수하는 일은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이 무수한 죽음을 방치해놓아야만 기업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한국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가 있고, 정부와 국회는 이 무수한 죽음에 대해서 어찌 이처럼 아둔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 참혹한 사태를 ‘기업경영의 문제’가 아닌 ‘문명과 야만의 문제’로 규정하고 “2,400 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마다 죽어야 하는 이 사태는 땀 흘려서 경제를 건설하고 피 흘려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역사의 발전을 역행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마지막으로 “이것은 우리 국민이 원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며, 우리가 살고자 하는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이 야만적인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이 야만을 법제화하는 시행령에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이 사태는 기업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일하다가 죽지 않는 나라,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명안전 시민넷은 지난 5월 24일 4월 22일에 입법 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 예고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원칙과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은 선별적 적용이 아니라 보편적 적용이어야 하고, ▲위험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입법 발의한 하위법령 조항에 대한 판단과 관련, ▲도급승인의 범위를 좁혀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으며, ▲원청 책임 강화의 예외를 많이 만들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으며, ▲시행령은 제한된 작업중지권을 보완하지 못하며, 작업중지권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알권리와 관련하여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법에 불분명하게 되어 있는 당사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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