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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정의! 검찰·경찰개혁, 여자들이 한다!”

350여 시민단체들, 6차 페미시국광장, ‘여성의 죽음을 멈추는 분노의 행진’ 개최

  • 기사입력 2019.08.26 19:09
  • 기자명 차수연 기자

-“여성도 국민이다 정부는 응답하라, ‘여성들의 죽음과 폭력, 차별을 삭제하지 말라”

[한국NGO신문] 차수연 기자 = 350여 개의 여성·노동·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8월 23일(금)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5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6차 페미시국광장 "여성의 죽음을 멈추는 분노의 행진"을 개최했다.

▲35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8월 23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5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6차 페미시국광장 "여성의 죽음을 멈추는 분노의 행진"을 개최했다. ©미투시민행동 제공

지난 8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부장판사 오덕식)은 장자연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가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7월 15일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바 있다.

미투시민행동은 지난 5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에 대해 사건의 본질인 성폭력 범죄를 제외한 채 축소 기소했으며, ‘버닝썬’ 사건 역시 경찰의 유착비리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면서 “세 사건 모두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초라한 결과를 내놓아, 사건을 왜곡·은폐·축소한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에 대한 재수사 의지도,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왜곡·은폐·축소한 검찰과 경찰 등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기 위해 ‘페미시국광장’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을 비롯한 정부는 수차례 대책을 발표해왔지만 어떠한 대책도 여성이 살해당하는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동안 이미 올해 들어서만 최소 71명의 여성이 남성에게 살해당한 현실에 분노하며, 국가가 여성폭력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은 엄연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6차 페미시국광장을 통해 여성의 죽음을 무시하는 경찰, 검찰, 정부를 규탄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한 후, 동화면세점을 출발 광화문 광장을 행진했다.

장자연 사건 무죄 판결, 어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고발할 수 있을까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 경주 편집장 © 미투시민행동 제공

첫 발언에 나선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김단비 활동가는 고 장자연 배우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처음으로 기소된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데 대해 “이렇게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고발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성에 대한 성착취는 잘못됐다고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앞으로 어떤 방법을 더 해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새로운 의지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모두가 그에 맞는 처벌을 받도록 끝까지 싸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강서 양천여성의전화 롤라 사무국장은 “제가 아는 친구도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며 “제가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에서조차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누가 해결할 수 있냐고 그 친구가 되물었을 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죽고 있냐’ ‘아직도 가정폭력,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냐’고 말하지만, 이 뿌리 깊은 가부장제로 인해 오늘 우리가 외쳤던 것처럼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 경주 편집장은 그가 실제로 경험했던 위험했던 순간들을 설명하고, “학우들의 성폭력 피해사실에 대한 신고접수를 예상보다 정말 많이 받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사법적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며 신고를 원치 않았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사법적 절차의 지난함과 비용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부소장은 "장자연씨의 죽음이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미투시민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부소장은 “조선일보에 ‘장자연씨의 죽음을 잊지말라’ ‘폐간하라’는 메시지를 쏘았던 시위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퍼갔지만,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며 “너무 분노스러운 이 사건을 언론을 다루지 않고, 너무 투명한데 자세히 모르겠다고 한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이 죽음들, 붙들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이 사회에서 점점 치워지고 잊혀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잊지 않고 외치는 이유는, 이 죽음들을 생각하고, 찾고, 상담하고, 지원하고, 모여 있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몸통이기 때문”이라며, “원인, 구조는 어디 갔나. 차별, 폭력, 불평등, 혐오의 문제들, 연구, 통계, 예방의 책무는 어디다 내다 버렸나. 몸통은 오늘도 재생산되고 있는데, 폭력 차별 문제는 지금도 엮여서 온라인에서 말도 안 되는 트래피킹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안전하고 위법하지 않다고, 정당하다고 주장한다”고 질타했다.

오매 부소장은 “조두순을 잘 관리하겠다, 정신장애인들을 잘 관리하겠다고”고 약속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향해서도 “이것이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원인인가. 이미 판결까지 끝낸 조두순을 보호관찰하면 여성이 안전해지고, 정신장애인들을 관리하면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사라지는가”라고 반문하고 “우리가 잊지 않고 외치는 이유는, 이 죽음들을 생각하고, 찾고, 상담하고, 지원하고, 모여있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몸통이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조폭 같은, 피라미드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완전한 정의, 평등, 인권을 외친다. 이 사회가 문제없다고 말하는 가짜뉴스에 속지 않고 부둥켜안고 문제를 바꾸기 위해 함께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분노의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여성도 국민이다. 정부는 응답하라’ ‘여성들의 죽음을 삭제하지 말라’ ‘여성들의 폭력을 삭제하지 말라’ ‘여성들의 차별을 삭제하지 말라’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고 구호를 외쳤다.

가정폭력 여성, 제대로 자립할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인 오렌지(가명)씨는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함께하면서 한 번은 꼭 가정폭력 당사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발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경찰 수사가 얼마나 부당하며, 왜 여전히 지금도 가정폭력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실상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이런 일을 겪는 동안 주변 누구도 가정폭력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일이라고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고, 그건 '네 개인의 불행’, '엄마로서 아내로서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개인적 반성'으로 치부됐으며, 누구도 경찰의 여성인권 침해에 분노하지 않았고, 누구도 경찰이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가정폭력 신고율은 1%대이며, 검거, 기소율도 10%대이다. 제대로 신고할 수도, 신고해도 제대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도, 피해자는 보호 받을 수도 없다. 가정폭력 여성은 제대로 자립할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 법원은 폭력에 대한 어떠한 심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정법원 단계에서 여성과 아동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너무 만연되고 있다”며 “경찰과 법원은 끊임없이 ‘혼자는 안된다, 여성단체와 함께 와서 싸우라’고 한다. 언제까지 여성단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주어야만 제대로 된 판결을 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아내를 폭행하고 감금했다는 조선일보 4대 주주 방영우 사건을 다룬 PD수첩과 관련, “죽기 전 끊임없이 경찰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용산 경찰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죽어야만 피해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피해자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가정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이 사건에 함께 싸워달라. 여성의 해방, 인간의 해방을 외쳐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단체들이 올해 1월부터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이름과 성과 사건 발생날짜가 적힌 펫발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행진하고 있다. © 미투시민행동 제공

미투시민행동은 올해 1월부터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이름 성과 사건이 발생한 날짜가 적힌 펫말을 들고 광화문광장을 행진했다. 주최 측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남성들에 의해 사망한 여성들이 7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 시민들이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검.경의 수사 부진을질타했다. ©미투시민행동

미투시민행동은 지난 7월 12일, 제1차 페미시국광장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열리는 ‘페미시국광장’을 통해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웹하드 카르텔 등의 사건의 본질을 알려, 시민들에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과 경찰의 부정의, 나아가 정부의 의지 없음에 대해 규탄하고, 각 사건이 철저하게 규명될 때까지 함께 ‘페미시국광장’을 열어갈 계획이다. 페미시국광장은 9월 27일 제10차 페미시국광장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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