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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향한 DLF 피해자들…"불완전판매 넘어 사기"

"국회·금감원 앞서 울음바다..."국정조사 열고 은행장 증인 출석해야"

  • 기사입력 2019.09.28 17:43
  • 기자명 손경숙 기자

호소문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 투자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낭독하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1억원을 안전한 은행에 넣었는데, 왜 0원이 됐습니까? 이 돈이 없으면 저희는 죽음을 불사할 만큼 위기에 처합니다. 어르신들 노후 자금과 어르신들 병원비를, 나쁜 은행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보다 더 악질적인 사기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 투자자인 차호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낭독하다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27년간 일해 모은 돈을 잃게 됐다는 차씨의 호소문을 듣던 DLF·DLS 피해 투자자들은 함께 눈물을 터트렸다. 차씨가 한 줄 한 줄 호소문을 읽어내려 갈 때마다 흐느낌과 함께 살려달라는 외침도 들려왔다.

DLF·DLS 피해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우리·KEB하나은행 DLF·DLS 관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가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해 판매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 묻고,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은행에서 사기성 판매가 이뤄진 만큼 계약 무효와 원금 반환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 "은행 ‘금융사기’, 환매도 못하게 했다…국회·금융당국 나서야"

DLF·DLS 피해자들은 이날 우리·하나은행이 금융사기 행각을 저질렀다고 소리를 높였다. 은행이 DLF·DLS를 팔 때 원금손실이 일어날 리 없다고 설명했고, 현금까지 지급하며 속였다는 것이다. 만기가 도래한 DLF 손실률을 보면 우리은행 1회차는 60.1%, 2회차는 63.2%였으며, 3회차는 98.1%로 사실상 전액 잃었다. 하나은행 1회차 DLF 손실률은 46.4%로 반토막이 났다.

김주명 비대위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금융상품 지식이 없어 은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사모펀드가 뭔지, 파생상품이 뭔지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 피해자들에게 은행은 DLF를 안전자산이라 속여 서명하게 했다"며 "심지어 PB조차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어 설명할 수도 없는 난해한 상품을 일선 은행창구에서 무분별하게 판매했다. 여기다 수익은 최대 연 4%지만 1% 이상의 선취수수료를 걷어갔다"고 했다.

차씨는 은행이 환매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75%가 빠진 뒤에도 PB는 다시 오를 것이라며 환매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중도 환매를 한 사람은 받은 적 없는 문서에 있다며 환매 수수료 7%를 강제 약탈 당했는데, 지금은 환매 시 7% 수수료도 부족한 0원 이하가 됐다"고 했다. 그는 "또 투자 정보 확인서에 95점 1등급 공격형 투자자로 돼 있었는데, 집에서 점수를 측정해보니 36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사문서 허위 날조"라며 "사기 계약에 의한 계약이므로 계약 취소이자 계약 무효"라고 호소했다.

피해 투자자들은 은행의 무책임한 판매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가 국정감사와 은행장 증인채택을 통해 책임을 묻고, 법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외쳤다. 김주명 위원장은 "유럽 등 금융 선진국과 같이 금융 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과 엄중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을 안전하다고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국회와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 금감원에 집단 민원…"불완전판매 결론은 은행에 면죄부"

DLF 투자자

▲DLF·DLS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DLS 피해자 집단 민원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금감원으로 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감원에 피해자 집단 민원을 넣기 위해서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변호사)은 "DLF는 상품 자체부터 판매시기, 판매방식까지 고객에 대한 기망(사기)성이 상당해 불완전판매를 넘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집단 민원 취지를 밝혔다.

그는 상품 자체 기망성과 위험성, 판매시기 기망성, 판매방식 기망성을 들며 "기망에 의한 계약인 만큼 즉시 계약을 취소하고 피해자들에게 원금 전액과 법정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테면 DLF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연 4.2% 쿠폰을 주는데, 우리은행 3차 만기 도래 상품은 4개월 단기 상품이라 1.4%에 해당하는 쿠폰밖에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우리은행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해외 금리가 하락할 것을 예측하고 있지만 상품을 계속 판매한 점은 ‘사기판매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DLF를 안전자산으로 오인하게 한 점, 투자성향 설문 조작, 고령 투자자 보호확인서 조작 등 판매방식에서 소비자들을 기망했다고 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조치도 촉구했다. 신 단장은 "금감원이 나서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판매,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서 이런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정한지도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로만 결론 짓는다면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금감원은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은행의 파렴치한 행위를 명백히 밝혀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투자자들은 이후 민원접수를 한 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면담에서 위법한 경우가 발견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다음주에 DLF·DLS사태 현장검사 중간발표를 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는지 파악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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