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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국회,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동의율 31%에 그쳐

  • 기사입력 2019.11.14 08:31
  • 기자명 차수연 기자

[한국NGO신문] 차수연 기자 = 시민단체가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했지만 여의도 국회의 반응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어린이를 잃은 부모들과 시민사회가 개탄하고 있다. 

 

하준이, 태호, 민식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주차장 등에서 굴러온 차에 치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부모들은 이 아이들을 눈물로 떠나 보내고 더 이상 이 같은 사고로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여의도 국회로 달려가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21일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한 이정미 의원실, 하준이법을 발의한 이용호 의원실과 함께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17년 10월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굴러온 차에 치어 숨진 4살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 사고로 숨진 8살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과 체육시설설치이용법 개정안), 지난 9월 충남 아산 스쿨존 차량 사고로 숨진 9살 '민식이법'(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지만,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 탓인지 의원들은 이 법안들에 별로 관심이 없다.

▲ 국회의 무관심이 드러나고 있는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동의율    © 정치하는엄마들

‘정치하는엄마들’은 10월 21일 기자회견 후, 25일까지 5일 동안 태호 아빠 김장회씨, 해인이 엄마 고은미씨, 해인이 아빠 이은철씨와 함께 296명의 20대 국회의원 모두에게 아이들 생명에 빚진 법안들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을 약속하는 동의서를 전달했고, 이후 11월 7일까지 18일 동안 수차례 의원실 방문 수령 및 전화, 이메일 등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개탄스럽고 초라했다. 법안 동의여부에 대한 회신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전체 의원수 128명 중 63명 동의(당내동의율 49%), ▲자유한국당 전체 의원수 109명 중 7명 동의(당내동의율 6%) ▲무소속 전체 의원수 18명 중 7명 동의(동의율 39%), ▲정의당 전체 의원 수 6명 중 6명 전원 동의(당내동의율 100%) ▲민주평화당 전체 의원수 5명 중 3명 동의(당내동의율 60%) ▲바른미래당 전체의원수 27명 중 4명 동의(당내동의율 15%) ▲민중당 전체의원수 1명 중 1명 동의(당내동의율 100%) ▲우리공화당 전체의원수 2명 중 0명 동의(당내동의율 0%)로 총 296명 의원 중 92명 의원들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결과에 대해 “1차 취합 결과 의원 전체 동의율 50%도 채 되지 않는 31.08%라는 저조한 결과는 어린이 생명 안전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과 안일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하고, 그 동안 국회에서 한음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이 왜 통과되지 않고 묻혀 있었는지 너무나 확실해졌다“고 분노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 “정치인들 무관심에 진절머리 난다”

특히 동의서 전달을 위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과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을 오르내렸던 부모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해 “너무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이런이생명안전법안    ©정치하는엄마들

태호 엄마 이소현씨는 “자식을 잃고 자식을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은 아이들을 최소한의 장치로 보호해주자는 취지로 태호 아빠는 5일간 내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직접 발로 뛰었다”며 “이렇게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사항들에 무관심한 이 나라가 정말 싫어진다. 어린이안전을 우선시 생각해본다면 절대 무리한 요구들이 아니다. (이 법안들은) 자식 잃은 부모들이 이렇게 발 벗고 나서지 않아도 마땅히 마련되어 있었어야 할 기본사항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출산률 저조로 아이를 낳으면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상도 주는 나라, 매달 양육비 10-20만원 지원해주는 나라이지만, 허울좋게 부모들에게 돈을 지원한다고 하기 전에, 아이들을 내어놓고 키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태어날 태호 동생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할 지 모르겠다’며 두려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동의서 취합 결과를 마주한 하준 엄마 고유미씨도 “이 나라에 왜 국민들이 왜 정치를 지긋지긋해 하는지 이 꼴을 보라”면서 “돈 아니고 표 안 되는 어린이 안전 같은 건 관심도 없는 국회에 피해자 가족 역시 진절머리가 나지만, 울며 이 길을 가는 것은 남은 내 아이들과 내 이웃의 아이들 때문”이라고 절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우리는 단 한 명의 아이도 더 이상 잃을 수 없고, 길 위에서, 학교 앞에서, 주차장에서, 어린이통학버스에서 다치고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할 아이들이며, 국회에 머물러 있어야 할 이름들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인권은 모든 인권에 부합한다. 모든 아이들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입법과 행정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포용국가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허울 좋은 이름 붙이며 사상 최악의 아동 안전에 안면 몰수하는 국회는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향후 국회가 어린이 생명안전과 관련된 모든 법들을 정기국회 내 통과하도록 법이 계류되어있는 소위가 열리고 전체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촉구 행동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입법 청원과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싸이트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346)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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