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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들

  • 기사입력 2019.11.17 18:10
  • 기자명 이광천 한국교회사연구소 대표

지금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이때가 만추의 계절 가을임을 더욱 실감케 해주는 것은 저 산의 단풍과 함께 떼를 지어 하늘을 날고 있는 기러기 떼의 군무이다.

한 해가 거의 다 가고 있는 지금은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귀를 막고 있어도 시간은 잠시도 멈춤이 없이 계속 흐르고만 있다. 그 누가 이 시간을 멈출 수가 있겠는가. 아무도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미국의 가수 그렉 올맨은 말했다. “나는 잠시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시간은 허리케인처럼, 굉음을 내고 달리는 기차처럼 빠르게 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벌써 올해의 마지막 시간을 살고 있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고 마음속에 계획했던 것은 아직 절반도 채 얻지를 못했는데 벌써 한 해의 끄트머리가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

흔히 이맘때가 되면 괜히 사람들은 초조해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유를 부리며 마냥 느긋하던 사람들이 이때만 되면 마치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서성대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라가 어지럽고 우리 사회 어디를 가나 어둠과 절망이 차있는 현실을 보고 오늘의 삶을 안타까워 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저만치 오고 있는 희망의 순간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저 사무엘 베켓((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처럼 기다리며 사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은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며 당근을 먹기도 하고 닭고기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우리 저기 보이는 피레네 산맥( 프랑스와 에스파냐 양국의 국경을 이루는 산맥)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는 너스레를 떨며 계속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 고도는 올 것인가. 사람들은 오지도 않는 고도를 계속 기다라고 있다.그래서 이 연극을 보는 사람들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와 함께 모두들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지금은 확실히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대다. 서로 편을 갈라 이편저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믿지 못하고 있으며 갈등과 분열만이 팽배해 있다. 우리 사회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좌절의 늪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그렇다고 해서 결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수는 없다. 주저앉는다는 것은 좌절의 늪에 빠지는 일이다. 그것은 곧 죽음을 말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다함께 희망을 품고 미구에 곧 올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좋겠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비전이 있다. 누구나 어디서든지 인생이란 어차피 기다리며 사는 존재들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우리의 인생이 달려있다”고 했으니 기다리며 사는 것만이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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