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5회 문덕수문학상, 제38회 시문학상 시상식 활짝

  • 기사입력 2019.12.04 11:21
  • 기자명 이경 기자

 

▲ ‘제5회 문덕수문학상’수상자 박진환 시인과 ‘제38회 시문학상’수상자 김철교 시인, 정유준 시인이 행사관계자와 축하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경

 

 

2019년 12월 2일(월) 오후 4시에 함춘회관에서 시상식이 진행된 ‘제5회 문덕수문학상’에 박진환 시인, ‘제38회 시문학상’에 김철교 시인과 정유준 시인이 수상했다.

 

이날 행사는 이상옥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손해일(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감사의 개회사에 이어 제1회 문덕수문학상을 수상한 신규호 시인의 축사에 이어 심상운 시인의 시문학상 축사가 이어졌다.

 

위상진 사무국장의 문덕수문학상 제정 취지 및 경과보고를 통해 ‘문덕수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시인에게 주어지며, ‘시문학상’은 등단 20년 이하의 시인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김규화, 신규호, 홍신선, 김종회, 유성호 시인이 심사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심상옥 사회자는 유승호 교수의 심사평 대독을 통해 문덕수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박진환 시인의 『박진환 시전집』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원로 시인의 역량과 자산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준 가편(佳篇)들이며 한국 문학사에 ‘풍시조’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독자적인 시학적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김철교 시인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속하면서 호활한 세계를 보여준 이번 시집 『무제2018』를 통해, 여러 이미지를 자신만의 체험적 진실성으로 끌어 올리는 기막힌 균형과 결속의 세계를 수일(秀逸)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정유준 시인은, “『까치수염의 방』에, 나날의 감성적 순간을 담기도 하고, 넉넉한 관조를 통해 충분히 원숙해진 심의(心意)를 노래하기도 하고, 예리한 지성으로 타자와 사회의 문제를 담기도 하는 서정시의 다양한 음역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상자의 수상소감에서 박진환 시인은 심산 선생님은 여러 인연으로 늘 가까이 모실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는데 그중에 가장 큰 가르치심은 시에 대한 정직성이라고 했다. 가르침대로 실천을 통해 후학들에게 시의 정도를 걷게 하고 있으며 문덕수 선생님을 롤 모델로 모시고 배운 대로 시의 정직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시문학상을 수상한 김철교 시인은 피천득 교수님의 영시와 영수필 과목 수강을 시작으로 문학의 길에 들어섰으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지만, 시를 쓰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으며, 함축된 단어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이미지들을 쉽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참으로 벅찬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정유준 시인은 지난 6월에 절집을 소재로 시집 『까치수염의 방』을 엮었는데 사람보다 먼저 이 땅에 자리 잡았을 아름다운 나무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며 불교적 의미의 경이로움보다는 자연의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보고 느끼고 기록한 사유의 언어들이 보상받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밝혔다

 

. 이어 문덕수 시인의 「선에 관한 소묘·1」을 김남권 시인의 낭송하였고, 박진환 시인의 시 「사랑법·2」를 최지하 시인이 낭송, 김철교 시 「도전을 멈출 수 없다」를 배선옥 시인이 낭송, 정유준 시 「어느 날 숲이」를 안혜경 시인이 낭송했다.

 

❏ <문덕수문학상> 수상자 : 박진환 시인 수상소감

"새삼 어머니가 그리울 뿐 ... 한없는 눈물로 울고 싶을 뿐이다" 

▲ 박진환 시인    

 어머니는 평생을 우산을 받쳐들고 계셨다. 살아계신동안 어머니의 계절엔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는 우산을 적시고 어머니는 늘 비에 젖어 계셨으나 우리는 한 방울도 비에 젖지 않았다. 무엇인가 비 아닌 다른 것이 우리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 속에서도 젖어버린 그것은 눈물이었다. 비 대신 우리는 눈물에 젖고 눈물은 가슴에 스며 봇물 같은 것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요즘 종종 비에 젖는다. 우수보다 큰 아픔같은 것이 날세운 못으로 가슴에 와 박힌다. 늘 어머니가 젖던 비일 듯 싶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우산을 받쳐준다. 그리고는 양지밭까지 동행하다 돌아서 버린다. 내게는 우산이 없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거나 받쳐줄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산으로 펼칠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이 사랑임을 알 나이인데도 나는 눈물이 없다. 흠뻑 젖어보고 싶은 계절이다. 그것은 비를 기다림과 같아서 새삼 어머니가 그리울 뿐이다. 울고 싶다. 한없는 눈물로 울고 싶을 뿐이다.

 

 

  ❏ <시문학상> 수상자 : 김철교 시인

 수상소감 "언제 언어의 감옥을 탈출하여 내님을 만나러 갈 수 있을까"   

 

▲ 김철교 시인    

눈앞 세상을 향해 돌진하다

급정거하고는

뚫어지게 한 편의 시를 응시한다

 원고지에 부리나케 한 자 한 자 채워보지만

나의 투박한 언어는

자유로운 영혼을

아주 조그마한 원고지 한 칸에

가둬버리고 마는구나

언제 언어의 감옥을 탈출하여

내님을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욕망의 그물에 걸려

신께서 허락하신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만

두려운 그러나 강렬한 눈빛으로

아직은 도전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그것을 알 때까지는  

    

❏ <시문학상> 수상자 : 정유준 시인

수상소감 "나무의 발밑에서 깊이를 알 수 없었던 언어가 꽃이 되다"     

 

▲  정유준시인

 어느 날 숲이 내 곁으로 다가와 넝쿨로 뻗어가며 몸속에 꽃을 피우고 겹겹이 쌓인 잎들은 노래가 되었다 저수지의 물은 넘쳐흘러 깊은 잠속의 나무들을 흔들어 깨웠다 나무의 발밑에서 깊이를 알 수 없었던 언어가 꽃이 되었다

 

어느 날 숲은 보이지 않았고 나무들은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빗물소리에도 깨어나지 못한 채 늙어갔다 저수지의 물이 밑바닥으로 거꾸로 흘렀다 물 밑바닥에는 시들은 언어 나는 물과 얼굴을 마주한 채 뛰어 들었다

 

어느 날 나는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었다 불안에 휩싸여 망설이는 순간, 낯선 시간들의 울창한 숲에 맑고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저수지의 물소리도 바람에 실려왔다 편백나무 숲 향기가 가득했다 나뭇잎들이 가늘게 흔들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