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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詩마당> 편자

  • 기사입력 2019.12.07 11:16
  • 기자명 이오장 시인

                                        편자
                                                            이영균 (1954년~)

이빨 빠진 구두는 알고 있다
갈지자로 거닐며 뒤축이 다 닳도록 살았어도

실밥이 뜯겨져 코가 다 헤지게 살았어도
대로를 걸어갈 때는
눈부신 금빛 먼지바람이 일어난다는 걸

자신을 이겨낸다는 것
아끼는 이들을 나 몰라라 내친다는 것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는 걸

발가락에 티눈이 박히고
고린내에 발이 짓물러본 이는 다 안다
고통을 견디고 격멸을 다 견뎌야 하는 것

얼마나 참기 어려운 건지

하지만, 끝내는 그 때문에 먼 길
견뎌낼 수 있었다는 걸

왜 사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는 건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힘들다고도 행복하다고도 대답하지 못하는 건 사람의 삶은 어느 순간에도 정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슬픔에 잠겨 있을 때나 웃을 때나 그것은 잠깐이다. 삶은 지나고 보면 한순간이고 과정이 어떠하든 잊혀 회상에 젖을 떼면 생의 끝에 도달하는 ‘인생무상’ 역사 이래로 인간은 이것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그 답은 지구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며 육체적으로 소모된 부분은 갈아 끼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과학의 발달은 상당 부분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다.?병든 부분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은 많은 기구를 발명하게 하여 어느 정도는 정신적인 만족을?준다. 편자는 과거 로마에서 발명된 전쟁 용품이다. 말발굽의 닳은 부분에 쇠판을 박아 먼 곳까지 출정하는 전 마에 사용한 실용품이다. 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 자연 상태의 말에는 소용없는 부품으로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준 이율배반적인 물품이다. 이영걸 시인은 이것을 지적하고 있다. 고통을?견디고 격멸을 다 견뎌야 하는 여정 속에 참고 참아야 삶의 맛을 알지만 끝내는 신발 곧 편리한 편자 때문에 인생의 먼 길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살아간다면 이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신발의 고마움을 알지만 그것의 발명으로 인하여 인간의 삶은 과연 행복한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 한 편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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