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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詩마당>공동묘지ㅡ도서관

  • 기사입력 2019.12.09 14:05
  • 기자명 이오장 시인

 

 

                                             공동묘지ㅡ도서관

        

                                                                     임경순 (1961년~ )

삶들이 매장 된다
일련번호가 덧씌워진 빼곡한 틀
묘비명을 훑어본다

시 소설 수필
끼리끼리 봉인된 이름들
얇거나 두꺼운 유서가 될 것들이
바코드 염을 마친다

빛바랜 고전부터 현재진행형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신세는 마찬가지
구구절절한 것들이 며칠씩 외박하며
재해석되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의 제법 폼나는
띠지인지 수의인지 표정이 모호하다

찾는 이가 많거나 적거나
조화 한 다발 없는 공동묘지에
나를 묻고 싶다

공동묘지에 가보면 안다. 삶이 왜 삶인지. 살아있다는 것과 죽음 사이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공동묘지에서 인생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가치 없는 삶은 없다지만 누구는 죽어서까지 호화로운 정원을 꾸민 곳에 커다란 봉분을 만들어 들어가고 누구는 묻힐 땅이 마땅치 않아 한 평 남짓한 공동묘지 구석을 빌려 묻힌다. 살았을 때의 과정이 어떻든 자신이 아닌 후손의 손에 묻히는 것이지만 우리는 공동묘지에 가서 인생의 빈부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문학인 특히 시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은 어떤가. 시뿐만 아니라 각종 문학작품들은 출간과 동시에 사장되는 시대에 우리는 작품을 써서 발표한다. 독자들의 손때가 묻어 표지가 걸레가 될 때까지 여러 손을 거쳐야 하는 작품이 한 번도 읽히지 못하고 도서관에 들어가 영면에 드는 세상에 문학인들의 존재는 정말 필요한 것인가. 임경순 시인은 도서관에 진열되어 아무도 꺼내 보지 않는 책들의 잠결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그중 어떤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지만 옛날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문학작품을 왜 써야 하는지를 헷갈리게 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결코 임경순시인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문학인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차라리 자신을 그 속에 묻고 싶다는 시인의 절규는 모든 문학인의 가슴에 범종을 달게 한다. ‘독자여 책을 읽으라.’ 한 시인의 절제된 감정표출이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깊이 새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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