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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완대책, 사용자들이 모든 경우 ‘특별연장근로’로 대처하려 들 것

민주노총, 문재인 정부 노동시간 제한 제도 개악 규탄

  • 기사입력 2019.12.12 06:44
  • 기자명 은동기 기자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제한 제도 개악을 강력 규탄했다.

▲ 민주노총은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제한 제도 개악을 강력 규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노동시간 단축 실태나, 장시간 노동으로 매일 한 명 이상씩 죽어나가는 과로사 통계나, 국제 노동기준 상식에 대한 소귀에 경 읽기를 그만두고 이 같은 정부 행동에 대한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격앙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주52시간 보완입법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며 <주52시간제 현장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요 보완대책>으로 ▲50~299인 기업에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계도기간 중 최대한 신속히 준비를 해나갈 수 있도록 인력채용, 추가비용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하며, ▲현장지원 등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 하에서는 법 준수가 어려운 경우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고,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여, 각 부처에서도 소관업종별 지원방안을 마련·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정부는 10%도 안 되는 준비 부족 사업장을 설득하고 지원하기보다 유연노동제 개악, 경영상 이유 초과노동 허용, 장시간 노동 감독 제외 등 사용자 요구를 모두 수용함으로써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정부의 자의적 행정조치 사이에서 노동자는 무제한 노동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또 “고용노동부가 거론한 ‘외국 사례’는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불과하다”며 “일본은 경영상 이유에 따른 주당 연장노동 한도는 12시간이 안 되며, 독일은 6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비교조차 안 되고, 프랑스는 주 6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어디라고 한국보다 평균 노동시간이 훨씬 짧은 나라들을 ‘고려’해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해야 할 고용노동부, 사용자 편에서 장시간 노동 허락

규탄 발언에 나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노동자들은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을 때, 고통을 감내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면서 “이제 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하려는 시점에 정부가 제도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며 이날 발표된 정부의 보완대책을 규탄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만든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에 역행하며 오히려 사용자 편에서 장시간 노동을 허락하는 행위를 한다면 노동부 장관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고용노동부 무용론을 주장하고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위해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사업주가 준비했으며, 대처하지 못한 곳은 10%정도”라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그 10%를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이 옳은 정부인가”라고 반문했다.

▲ 김세희 민주노총 법률원 번호사   

김세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법률 위임이나 규정 없이 시행규칙만으로 근로시간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으로, 헌법과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지적하고, “민주노총은 서울행정법원에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9조에 대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헌법재판소에 시행규칙취소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향후 투쟁방안과 관련, 법적 대응과 함께 이번 정부의 행정조치를 규탄하는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이날 기자히견을 시작으로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각 지역 노동청을 항의 방문하고, 2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정부의 조치를 “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와 국회 본연의 책임은 외면하고 작은 규모 사업장과 저임금·미조직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희생과 고통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늉만 한 채 내팽개치고, 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국회가 앞 다퉈 기득권 유지와 재벌·대기업 비위맞추기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무엇을 위한 행정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써만 노동조건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 같은 헌법을 위반하고 자의적인 권력을 남용해 대한민국을 49년 전 청계천 평화시장의 노동절망 사회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반노동·반헌법 발상을 실행에 옮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하면, ‘특별연장근로’는 ‘전가의 보도’가 될 것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켜야 할 고용노동부가 사용자편에 서 있다면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은 노동자와 합의하면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지만,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노동은 노동자가 동의해도 허용되지 않는다.(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제110조 제1호 형사처벌 규정)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1주 12시간을 초과하여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①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⓸항은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제1항과 제2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이라고 규정할 뿐, 어떤 사유가 특별한 사정인지 예시하지 않고 있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규정도 없다. 다만 시행규칙 제9조는 (근로기준법의 위임없이) ‘특별한 사정’을 ①자연재해 ②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 ③이에 준하는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최근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 대표적 사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당시 정부는 ASF 방역을 위해 관련 기관 3곳에 대해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중 하나로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현재 시행규칙에서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경우 ①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제, 1주 연장노동 한도 12시간 노동시간 규제 원칙이 훼손되고 ② 사용자 편의에 따라 임의로 노동시간을 연장할 위험성 있다고 지적했다.

원청이 갑자기 물량을 늘리거나, 주문량이 급증하는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될 위험 있으며,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을 강행할 경우, 사업주들이 모든 경우에 특별연장근로로 대처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노동시간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으며, 보다 본질적으로 ‘법률에 의한 노동시간 규제’ 원칙을 훼손하여 정부가 시행규칙만으로 노동시간 규제원칙을 잠탈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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