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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사기극, 돌아온 것은 오염덩어리”

녹색연합,“미군에게 면죄부 주는 반환기지 협상 즉각 철회 요구

  • 기사입력 2019.12.13 07:42
  • 기자명 김하늘 기자

[한국NGO신문] 김하늘 기자 = 녹색연합,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용산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용산미군기지환경오염정화비용청구운동본부 등 9개 시민단체들은 12일 오전 11시 외교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된 미군기지에 대한 정회비용을 거부하는 주한 미군과 주한미군에 정화비용 면죄부를 준 정부를 규탄했다.

▲ 녹색연합 등 9개 시민단체들은 12일 외교부 앞에서 긴급기자히견을 열고, 오염된 미군기지에 대한 정화비용을 거부하는 주한미군과 주한미군에 정화비용 면죄부를 준 외교부를 규탄했다.   © 놋색연합

외교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염 정화 문제로 장기간 방치되었던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 합동위원회(이하 합동위)를 개최하고 장기간 반환이 지연되어온 원주의 캠프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마켓, 동두천의 캠프호비 쉐아사격장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는 한편, 용산기지의 반환 협의 절차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 측과의 오염책임 문제 관련 협의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어 온 반면, 기지 반환 문제는 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여서, 우리 측은 이번 SOFA 합동위에서 앞으로 미측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의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미 간 정화책임 관련 협의가 장기간 공전하여 기지반환 자체가 지연됨에 따라, 미국 측과 정화책임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SOFA 관련 협의를 종결한 반면, 이번 협의에서는 ‘미국 측의 정화책임과 환경문제 관련 제도개선 등에 대한 협의의 문을 계속 열어놓고 기지를 반환받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앞으로 정부는 美측과 협의를 계속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우리 땅을 온전히 찾기 위해 노력해온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을 기만
  
이 같은 외교부의 입장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는 사실상 미 측에 어떤 정화 책임도 묻지 않고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가 떠안는다는 말로 결국 어떤 것도 받아내지 못하고 오염덩어리 기지만 돌려받은 것인데도 외교부는 마치 기지 반환 이후에 어떤 협상이 지속될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그동안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의 책임을 묻고 우리 땅을 온전히 찾기 위해 노력해온 시민사회 단체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녹색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협상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한 치도 관철하지 못한 치욕적인 굴욕협상으로 한국 국민의 자주적 권리는 전혀 찾을 수 없고, 철저히 밀실에서 진행된 비밀협상“이라고 규정하고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을 마치 미국의 오염정화 책임을 따질 수 있는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라고 규탄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미국의 오염정화 책임을 받아 낸 적이 없으며, 반환 받은 4개 기지는 토양, 지하수 오염이 오랫동안 지속된 곳으로 누가 보더라도 오염원은 주한미군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에서 기름이 새어 나왔고, 유독성 폐기물을 기지 안에서 소각했다. 부평 캠프마켓에서는 다이옥신, 석유계총탄화수소,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 발암물질이 발견된 사례를 들어 미군기지의 참혹한 오염 상황을 설명하고,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오염정화 책임은 결국 우리 몫이 되었다”면서 “이번 협상의 결과는 향후 돌려받을 미군기지의 반환 협상에서도 한국 정부가 오염정화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게 되는 나쁜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정부의 협상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외교부의 협상 결과는 미군기지 반환이 화급한 상황이어서 먼저 반환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이후 오염 정화를 포함한 미완의 여러 현안들을 향후 협의하면서 해결해 가겠다는 식의 두리뭉실한 화법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녹색연합은 이 같은 외교부의 발표를 “미국이 마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할 것처럼 호도하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2006년 23개 미군기지 반환 당시 24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SOFA 제4조 1항 ‘원상 복구 의무가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미군기지 환경오염 책임을 한국에 모두 떠넘겼다. 돌려받은 23개 기지 대부분에서 심각한 토양오염이 발견되었으며, 그 결과 한국은 미군이 오염시킨 땅을 정화하기 위해 수천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다이옥신이 선진국 기준치의 10배가 넘어도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 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을 미국에 관철시키지 못했고, 결국 미국의 요구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였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외교부와 미국의 무책임한 협상태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온라인팀

SOFA가 규정한 최소한의 절차인 ‘환경정화조치’도 요구하지 않은 외교부

녹색연합은 이번 협상을 이끈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SOFA가 규정한 최소한의 절차, 즉 환경정화조치도 요구하지 않았다”다고 질타했다. SOFA에 따르면 미군기지 반환은 ‘반환 절차 개시→환경협의→구제조치 필요 시 시행→반환 건의→반환 승인’의 단계를 거친다. SOFA의 반환절차는 환경정화조치가 필요한 경우, 이를 이행한 경우에 반환 건의 및 승인이 이루어진다. 외교부는 SOFA가 규정한 ‘환경정화조치’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고, 환경관리 강화 방안, 반환경적인 SOFA 개정 등 그 어떤 것도 미국에 받아내지 못했다. 한국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오염덩어리 기지뿐이다.

이번 협상이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한국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밀실협상으로 진행된데 대해 녹색연합은 정부에 대해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무엇을 약속했는지 당장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정화 책임과 상호 간의 주권존중”이라며 미군기지 오염문제는 극비리에 추진되는 국가 안보 사항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알권리와 직결된 사안으로 외교부는 철저하게 밀실에서 진행되었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01년 녹사평역, 2006년 캠프킴 오염사고 이후 지금까지 용산 미군기지 외곽 지하수오염은 고농도로 확인되고 있다. 작년 서울시 ‘용산미군기지 주변 유류오염 지하수 정화현황’ 보고서를 보면, 녹사평역의 발암물질 벤젠 수치는 기준치 1,170배를 넘었다. 기지 내부의 오염원이 근본적으로 정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오염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단 한 차례도 미국에 용산 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고 받아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녹색연합은 ▲굴욕적인 미군기지 반환 협상 즉각 철회 ▲미군기지 반환 협상 과정  공개 ▲불평등한 한미SOFA 환경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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