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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詩마당>택도 없다

  • 기사입력 2019.12.15 23:07
  • 기자명 이오장 시인

 

 

                                          택도 없다

                                                       

                                                  김민채 (1967년~ )

 

옥수수 껍질을 벗긴다.

 

껍질 속 종대로 들어찬 알맹이들이

줄서기에 서툰 내게 한 수 가르친다.

 

하나님도 줄 세우기를 좋아하셨고

나도 그 줄에 설 수 있을까 기웃거려 보았지만

택도 없다.

 

오늘도 성질내다 실패했다.

 

머뭇거리다 실패했다.

 

모임에 단 일 분 늦어

사진 찍는 일에도 실패했다.

 

굼벵이도 가지고 있다는 구르는 재주를

아직도 부리지 못하는 걸 보니

알토란 되기는 틀렸다.

 

공친 날 많은 것들은 

딱 봐도 별 볼 일 없다.

     

 

인간의 최후 과제는 깨달음이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죽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느 때 죽어야 하며 삶을 다 할 때까지 무엇을 얻어야 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한층 높은 삶이고 자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부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남에게 배우고 이미 먼저 간 성인들의 족적을 찾아 배우고 익힌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깨달은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아무도 없다. 석가모니. 공자. 예수. 마호멧, 테라사수녀, 간디 등 우리가 성인이라고 추앙하는 인물들도 인생 과정의 올바름에 의한 삶의 방식을 가르쳤을 뿐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다만 그분들의 생에서 우리의 자세를 찾아 올바른 삶을 가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 속에 깨달음의 요소는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지나친다. 인간은 그것을 알기를 원하지만 포착의 순간을 놓치며 사는 것이다. 김민채 시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모자란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잊고 지낸다. 모자람을 남에게서 빼앗던가. 훔치던가. 빌리려 하는 행동만 있을 뿐 스스로 깨달아 다른 방향을 찾아 노력하려는 행위를 잊고 지낸다. 인간은 누구나 성인의 자질은 갖고 있다. 다만 잊고 지낼 뿐이다. 성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그것을 잊지 않은 것에 있다. 김민채 시인은 일상의 작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늘 상기하며 인생의 성공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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