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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전’ 이론으로 본 진보좌파의 약진과 자유우파의 퇴보

  • 기사입력 2019.12.28 15:42
  • 기자명 장순휘 정치학박사/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진지전 이론의 핵심은 혁명을 위해선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문화예술적이고 시민친화적으로 세력을 포섭하라는 것이다. 막스·레닌의 폭력혁명적 투쟁보다 이데올로기적 여건 조성을 기반으로 은밀하게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해야한다는 소위 운동권의 행동지침을 주장했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기동전은 부적합하고, 오히려 점진적이고 전면적인 진지전이 적합하다고 예견했다.

 

진지전은 일종의 정치적 참호전으로 국가 내 행정부, 입법부 및 교육계, 노동계, 법조계 및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전분야로 장기간에 걸쳐 인적 침투를 통해 조직내부에 진지를 구축하고, 그 진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산하여 대중정당을 창설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그람시의 이론을 적용한 진보좌파의 은밀한 세력 확산은 결국 촛불정국으로 투쟁의 대중화에 성공했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구축해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좌파의 진지구축과정의 사실(facts)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개연성이 있다. 먼저 자유우파정권과 달리 진보좌파정권이 들어서면 변화하는 국가적 정책변화현상은 ‘한미군사동맹 약화’와 ‘북한과의 정책공조 강화’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소위 4대 정치적 과제로써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평화협정 체결-연방제 통일”이다. 이러한 투쟁목표는 자유우파진영과의 갈등으로 증폭되면서 지속적으로 정치판을 흔드는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조직내부의 진지를 구축한다는 투쟁노선의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문재인 좌파정권이 들어서서 ‘중국과의 정책공조 강화’라는 외부적 추가변수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23일 중국을 방문한 문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에서 2016년 주한미군의 무기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따른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국대중문화 금지조치)의 해제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담판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중국의 눈치를 보는 식의 저자세 외교와 안보정책이 진보좌파정권에서 식별되는 국가적 정책변화현상이다. 물론 회담의 성과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함께 북미대화를 위해 한중이 긴밀히 협력할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와 연대해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이웃국가일 뿐이다.

 

역사를 고찰해보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자유우파정권의 실정과 무능으로 국민적인 불신과 실망이 확산되던 시기에 5.16이 발생했다. 장기집권 후 3선 개헌을 통한 유신독재가 민주화운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당시 북한의 김일성은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하는 자유우파정권의 붕괴를 대남적화전략의 ‘남조선내부역량’으로 지령을 내려서 남한 내 통일혁명당(統一革命黨)이라는 소위 지하당을 만들어서 진지전을 준비했다.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표방하면서 암약한 친북세력이라 할 것이다.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南民戰)’은 주체사상을 내걸었던 조직이었다. 이후 1987년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全大協)’이 1993년에는 ‘한국대학생총연합회(韓總聯)’으로 진지조직이 확대된다. 따라서 소위 ‘주사파(主思派)’가 대학생의 민주화운동권을 장악해 확고한 대학가 진지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재야운동권에서는 1983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民統聯)’이 설립되어 진지가 구축되면서 19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全民聯)’으로, 다시 1991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全國聯合)’으로 전국적인 정치조직력을 가진 단체가 등장한다. 전국연합은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연방제통일로 노선을 정하고 ‘반보수자유우파정권’의 투쟁에 앞장서게 된다.

 

여기에 ‘6.15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統一連帶)’가 진지전을 준비해 진보좌파의 3대 단체가 결성되면서 강력한 반정부투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진지전의 7대 본산(本山)으로 ‘전국연합’ ‘범민련남측본부’ ‘범청학련남측본부와 한총련’ ‘통일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全農)’ ‘전교조’ ‘민주노총’이 확고부동한 진지전의 기저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서 시민사회단체로 발전된 조직은 통일연대·민중연대 및 3개 연구소, 각종 과거사위원회 등으로 각계분야 진지의 외연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조직의 발전적 확산은 진보좌파정권 하에서 급격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사실(facts)이다.

 

이런 진지전의 양상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자유우파는 무사안일에 빠져서 실기(失機)한 보수정당과 이기적 보수세력이 격안관화(隔岸觀火)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냉전의 이데올로기 내홍으로 민주주의의 실종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정치가 스코어게임으로 전락한 국회를 보면서 관객의 참견이 요구되는 아쉬운 어제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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