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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망설존(齒亡舌存) 리더십(14) 리더는 실패에서 배우게 해야 '실패는 사람을 상하게도 하고 강하게도 하는 법'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안 하는 사람

  • 기사입력 2019.12.28 22:52
  • 기자명 김승동 기자

어린아이가 셀 수 없는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걸음을 배우듯 인생에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바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인간이란 원래 실패와 실수를 많이 한다. 들고 있던 물건도 떨어뜨리기도 하고 늘 가던 길도 때로는 잃어버리고 밥을 먹다가 자기 혀도 깨물기도 하는 존재다.

 

실수를 반복하거나 실패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순 없지만 실패와 실수를 통해 깨닫고 일어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미 콜롬비아 대학교 윌리엄 마스톤(William Marston) 심리학 교수는 ‘만약 인생에서 성공하는 요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을 패배로부터 유익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고 말했다.

 

이것은 실패가 사람을 상하게도 하지만 사람을 강하게도 하는 법이고 성공을 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고 장맛비 내리는 날 무지개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이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안 하는 사람이다”이라고 말했듯이 이 세상에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바보 같은 사람은 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반면 똑똑한 사람은 늘 다른 실수를 할 뿐이다.

 

미국의 작가 E. G 허바드(Elbert Green Hubbard)는 “큰 실패를 경험하고서도 그 경험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낙제생이다”고 말했다.

 

이 말은 실패가 모두 나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가능한 한 실패와 실수를 안해야 되지만 실패와 실수를 통해 얻는 것이 있고 발전이 있도록 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박사는 “누구나 과오를 저지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터득해 가는 법이다. 과오가 많을수록 그 사람은 이전보다 더 나아진다.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았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드러커는 특히 “한 번도 실책이 없었던 사람, 그것도 큰 잘못을 저질러 보지 못한 사람을 최상급 직책으로 승진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새로운 일이 두려워 아무것도 대부분 무사안일주의로 지내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자주 행하는 경영기법 중에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것을 눈여겨보자. 이는 즉 ‘잘된 사례로부터 배운다’는 뜻이다. 그리고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라는 경영 용어도 있는데 이 역시 그 업계에서는 가장 잘 하는 사례를 찾아 그것으로부터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반대로 ‘역벤치마킹(Reverse Benchmarking)’과 ’워스트 프랙티스(Worst Practice)’를 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즉 성공한 기업 사례를 찾지 않고 오히려 실패한 사례를 찾아서 그것으로부터 배운다는 역학습(Reverse Learning)의 논리이다.

 

IBM 설립자인 ‘토머스 왓슨(Thomas J. Watson)’이 어느 날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부서장을 호출했다. 그 부서장은 사업실패의 좌절감과 막중한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고가 마땅하다고 보고 “책임지고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더니 왓슨 회장은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자네를 훈련시키는데 1천만 달러를 썼다네. 그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갖고 다시 일을 잘 해 주길 바란다”라며 그를 따뜻하게 위로했다고 한다.

 

그 부서장이 다시 어떠한 태도로 일을 했겠는가?

 

6만여 종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의 3M은 근무시간 중 15%를 자기계발과 미래를 위한 구상에 활용하게 하고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한때 실패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또 창의적인 소수의견을 권장하고 채택하기 위해 보고할 때 소수의견을 병기하도록 의무화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제도’도 시행해 주목받기도 했다.

 

3M의 세계적 히트상품인 스카치테이프, 녹음용 테이프, 컴퓨터 저장용 디스켓, 포스트잇 누구나 사용하는 이 상품들은 모두 이 회사 직원들이 다른 용도의 제품을 만들다 실패한 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다 새롭게 용도를 찾은 것들이다.

 

이것이야 말로 ‘칭찬받을 만한 실패’이고 ‘똑똑한 실패’라고 하겠다.

정해진 과정과 관행을 어기거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실패가 거듭되면 치명타가 되겠지만 정해진 방법과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도 원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똑똑한 실패’는 사전에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놓은 덕에 실패의 원인과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또 실패를 통해 습득한 새로운 지식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일부 기업에서 똑똑한 실패를 독려하는 이유이다.

 

창조(創造)경제를 부르짖는 이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는 다양성,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 전체가 주눅이 들 정도로 ‘실수와 실패를 하면 책임져야 한다’라고만 강조한다면 누가 새로운 시도를 하겠는가? 창의적인 조직과 혁신적인 성과를 바란다면 실패와 실수라는 시행착오와 그에 대한 관대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찾아낼 수 있는 답이라면 결코 혁신이 될 수도 없다.

 

실패와 실수가 있는 영역이 낯설고 새로운 틈새이자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이 되면서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영국의 국제 광고 대행사 사치&사치(Saatchi & Saatchi)에서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낸 유명 카피라이터 폴 아던(Paul Arden)의 “옳은 것은 나쁜 것이다”는 말은 창의력과 열린 사고와 관련해 매우 큰 의미를 던져준다.

 

폴 아덴은“우리는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어떤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이건 안전할지는 모르나 그렇기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 있고 독창성과 상반되기도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자신을 열어두지 않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옳은 것은 나쁜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거 지향적이고 완고하며 우둔하고 독선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매우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창의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는 이제 '실패없이 혁신도 없고, 실수없이 성공도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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