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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詩마당>노동자는 고달프다

  • 기사입력 2020.01.01 18:18
  • 기자명 이오장 시인
                                                                   

                                          노동자는 고달프다

                                                                                            민윤기 (1946~)

이순신 장군은 항상 칼을 뽑는 척만 한다

그럼 나라는 누가 지켜요

세종대왕은 언제나 꼿꼿하다

백성들 잘 살펴보라고

세종문화회관 앞의 시인은 언제나 시집을 들려다보고

교보문고 앞 소설가는 벤치에 앉아 행인을 바라본다

꿈적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장군이나 임금이나 소설가는 요지부동이다

아니다 놀고 있다 놀고 있는게 틀림없다

움직이는 건 오직 일하는 건 오직

흥국생명 앞 망치질하는 여자뿐이다

아 오늘도 쉬지 못하고 망치질 하는 노동자여

움직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먹거리는 움직여야 얻을 수 있고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직업이다. 먹거리를 얻는 수단은 점차 전문화가 되어 각자의 영역을 형성하고 그 방향을 한곳으로 정하여 살아가는 수단으로 삼는다. 모든 사람은 일한다.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 거리의 불량배도 먹기 위하여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여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윤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먹고살기 위한 직업을 벗어나 이름만 있을 뿐 활용 가치를 잃어가는 각종 인물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시대의 영웅에 빗대어 역동성을 잃은 현시대를 비판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은 나라를 일깨우고 위급에서 구해낸 구국의 인물이다. 동상으로 남아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지만, 시인과 소설가는 예술가로서 정신만 있고 동적 재산이 없어 배고픈 노동자로 전락하여 눈빛만 살아 시대를 관망한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교훈을 잊었다.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시대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온갖 군상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일을 많이 하여도 먹고 살기 힘든 노동자의 삶을 흥국생명 앞의 망치든 여인으로 비유한 시인의 눈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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