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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시마을> 참새, 바위를 흔들었데

  • 기사입력 2020.01.07 17:33
  • 기자명 이오장(시인)

                        

    참새, 바위를 흔들었데

                                                                                                   이솔(시인)

강변 나무는
긴 오후에 서 있다
구름덩이 아래 짙은 색깔로 내려앉은
강물은 너그럽고 참을성 깊게 겨울밤 별자리를 품는다

삼각바위가 갓인 양 얹혀있다
참새 한 마리 갓바위에 앉았다가
기웃, 바위가 흔들리고 새는 날아갔다
분명 참새가 바위를 흔들었다

강변 나무숲이
오수를 즐긴다
이파리 끝에 휘감겨 떨다가
스르르 풀려 지나가버린 바람결의 흔적
가지 끝 작은 새 둥지를 기억하고
소리 지르지 않고 바람결과 참새를 생각하는 겨울나무
 

어떠한 광경을 보고 착각인가 갸웃하다가 아냐, 진짜로 내가 봤어, 틀림없이 봤지, 이럴 때가 있다. 이것은 누구나 겪는 일로 꿈인 듯 착각인 듯 머리 흔들다가 이내 그럴 수가 없지 하고 단념하고 잊어버리지만 그 영상은 뇌리에 깊숙이 남아 어떠한 사물이나 상상 속에 들 때 불현듯 떠오르게 된다. 이건 사람이 겪는 잔상의 일시적 충격이기도 하고 뇌파의 떨림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착각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자신의 체험에 의한 영상과 합쳐지면 한 편의 시가 되고 소설의 구상에 이르게 된다. 곧 본다는 것과 그것에 의한 상상이 예술행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솔 시인은 겨울나무만 앙상하게 남은 산기슭에서 갓바위를 봤고 그 바위에 앉아 있던 참새가 날아가자 바위가 흔들리는 것을 봤다. 착각이 아니다. 수평으로 바라보던 평상시의 시각에서 일시적으로 원형의 시각이 되어 새가 날아가고 바위가 흔들린 것을 본 것이다. 이때부터다. 시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의 언어가 되어 허공을 난무한다. 나무가 낮잠을 자고 이파리에 바람이 휘감기다 풀려나가고 허공을 둥둥 날아다니는 꿈이 나무속으로 들어가 나무의 생각을 읽는다.?그냥 평범하게 풍경을 묘사한 것 같지만 여기에는 고도로 훈련된 언어의 유회가 펼쳐져 현대시가 갖는 묘미를 펼친다. 그러나 시 속에 감춰진 시인의?진정한 의도는 너그럽고 참을성 있게 별자리를 품는 강변의 겨울나무에 있다. 이파리를 다 떨군 겨울나무로 서서 끈기 있게 기다림의 절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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