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애인 단체들, “장애등급제폐지 3대예산 보장하라”

전장연, 인권위에서 장애인 예산 쟁취 투쟁 선포 기자회견

  • 기사입력 2020.01.18 11:49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전국 장애인 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기획재정부가 가로막고 있으며, 구호품 수준의 예산안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0년 장애인예산 평가 및 2021년 장애인예산 쟁취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전국 190여개 지역 장애인, 시민사회, 노동, 인권단체로 구성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1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0년 장애인예산 평가 및 2021년 장애인예산 쟁취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예산이 확보돼야 하지만,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의 시작인 2020년 정부의 예산안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의 변화와 예산 증액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장애’를 전혀 의식 않고 문득 잊은 듯 사는 세상

여는 발언에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12월 5일 여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설요한(당시 24세) 중증장애인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회장은 “고용노동부의 '중증 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중증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취지에 맞지 않으며 성과와 실적을 따지고 월급이 아닌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해 설씨가 숨젔다”고 지적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최 회장은 “87일 동안 2020년 장애인 예산 쟁취를 위한 농성을 하며 싸운 결과, OECD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5천억 정도가 반영된 것이 고작이지만, 8조원까지 계속 요구하겠다“면서 ”우리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삶의 주체가 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우리는 우리 이웃과 평범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소외되고 배제되고 시설에 치우쳐 살았다“면서 ”이제 시설 다 없애야 한다. 시설은 절대로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아니며, 시설은 시설일 뿐 장애인을 지역사회와 분리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증장애인인 설요한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용노동부의 '중증 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과 관련,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2017년 중증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제외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확보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요구하며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했다. 이런 싸움을 결과를 2018년에 고용노동부와 전장연은 중증장애인 공공부문 일자리 1만 개 도입과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개편을 위한 민관협의회체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2019년 동료 상담, 자조모임 등 '동료지원활동'을 통해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 장애인의 취업의욕을 높여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중증 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고 설요한씨는 지난해 4월부터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11월말 까지 여수지역의 중증장애인 40명을 발굴하고 개별상담을 하며, 장애인의 자조모임을 결성하여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에 최선을 다했으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기관에 임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

두 번째 발언에 나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서울지부 대표는 그동안 투쟁의 과정과 결과를 회고하며 “그래도 ‘인권’이라는 이름이 좋아서 이곳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싸우고 있다”면서 “우리 힘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쟁취하는데 땀을 흘렸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비록 우리가 손에 쥔 것은 우리가 흘린 땀에 비하면 턱도 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우리는 눈꼽만큼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다리며 희망으로 한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우리가 장애인이며, 우리 자녀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문득 잊은 듯 사는 것이며, 우리가 죽기 전에 이런 세상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우리가 말하기 전에 국가와 사회가 먼저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2006년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이 우리에게 서비스를 주겠다고 내놓은 예산은 1,945억에 불거했지만, 14년 동안 싸운 결과, 보건복지부를 통과한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약 3조 2,000억 원을 넘어섰다”며 “지속적인 투쟁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박 이사장은 또 87일 간의 투쟁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확장시켰다며 “각 부처에 예산 요구안을 제출해 협의와 투쟁을 진행하면서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면담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장연 등 장애단체들은 오는 22일 오후 5시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고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사망 49제와 설 연휴 조문 공동투쟁을 시작으로 ‘2021년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 계획’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2월이후에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문체부를 방문, 2121년 예산과 정책요구안을 제출하고 협의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