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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하는 근기법 개정령안 철회 요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 반대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열어

  • 기사입력 2020.01.21 07:53
  • 기자명 은동기 기자

민변, 알바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 전국여성노조,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들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한 반대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된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18년 기준 1967시간으로 OECD 최고수준이다. 매년 3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재로 인정받는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

다행히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자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 규제,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기업 적용, 특례업종 축소 등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내용들이 규정되었다. 노동자들은 ‘저녁 있는 삶’, ‘일과 생활이 양립되는 인간다운 삶’을 조금이나마 기대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3일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은 종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발생에 대한 수습’에만 허용하였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시설·설비의 갑작스런 장애·고장' 등 경영상 사유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체들은 개정령안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이 이미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한 예외로 탄력근로 등 예외적인 근로시간제를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이 규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정부 대책은 위법적이고,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시 26개의 특례업종을 5개 업종으로 축소하였음에도 업종 제한 없이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으로 보겠다는 것은 특례업종을 축소한 개정법의 취지에도 반하며,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에 포함된 '업무량 대폭적 증가'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사용자 편의에 따라 노동시간이 연장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견서 초안을 마련한 민변 노동위원회 김예지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이 담고 있는 ▲연장근로의 특별한 사유를 확대하는 재난예방조치가 필요한 경우, ▲인명보호 및 안전확보 조치가 필요한 경우, ▲시설 고장 등 돌발 상황에 긴급 대처가 필요한 경우,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대폭 증가, ▲소재·부품과 소재·부품 생산설비의 연구개발 등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김예지 변호사 

김 변호사는 또 개정안이 근로시간 연장 기간을 ‘특별한 사정에 대처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최소한의 기간’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무제한으로 연장 기간을 신청할 수 있고 근로자는 연장근로가 언제까지 허용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3일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자의적인 해석으로 무제한적 장시간 근로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근기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은 위임입법의 한계 위배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자연재해와 재난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경우로만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특별연장근로 사유에 ‘시설ㆍ설비의 갑작스런 장애ㆍ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의 발생으로 이를 수습하기 위하여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발생하고,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와 같이 ‘경영상 사정’에 따라 법정노동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체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무량 증가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낮은 수준의 업무량을 '통상적'이라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연장근로 승인을 요구할 수 있는 등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정노동시간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시 26개의 특례업종을 5개 업종으로 축소하였음에도 업종 제한 없이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으로 보겠다는 것은 특례업종을 축소한 개정법의 취지에도 반하며, 근로기준법이나 시행령에 위임의 근거가 될 규정이 없는데도 시행규칙에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사유를 광범위하게 정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배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무리하게 개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경영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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