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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오후 3시 조기 퇴근 시위' 예고

여성노동자들, 성별임금격차 해소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 선포

  • 기사입력 2020.02.08 09:50
  • 기자명 은동기 기자

과도한 노동과 열악한 노동여건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노동단체들이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비판하며 '조기 퇴근' 시위를 예고했다.

 <3시 STOP 공동행동>은 7일 오전 10시 30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제4회 '3시 STOP 여성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은동기 기자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10개 노동, 여성시민단체와 녹색당, 여성엄마민중당, 정의당 3개 정당으로 구성된 <3시 STOP 공동행동>은 7일 오전 10시 30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0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4회 3시 STOP 여성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부터 매년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을 기념하여 3시 STOP 조기퇴근시위를 조직, 한국의 심각한 성별임금격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해온 ‘3시 STOP 공동행동’은 올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975년 아이슬란드 인구의 10%에 달하는 여성들이 일을 멈추고 총파업에 돌입하자 국가 전체가 멈춰 서면서 여성은 성차별 구조에 대항한 협상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2018년 스페인에서는 500만의 여성들이, 2019년에는 600만의 여성들이 여성파업을 감행, 전국에서 1,400여 개의 시위를 열고 동일임금과 성평등, 성폭력 반대를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1991년과 2019년에 스위스에서도 여성파업(Frauenstreik)이 이어졌다. 2019년 50만이 참여한 스위스 여성파업은 스위스 의회에서 성별 간 동일 임금의 원칙을 더 철저히 지키게 하겠다면서도 `직원 100명 이상 기업`에만 이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여성파업의 17개 요구 중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가장 중요한 요구였다.

단체들은 “여성은 어디서나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 모든 노동을 일시에 멈춘다면 세상이 멈출 것이며, 그때 비로소 여성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깨달을 것”이라며 여성파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시 STOP 공동행동>은 3월 6일 오후 3시 광화문 광장과 전국에서 조기 퇴근 시위를 통한 여성파업을 진행하며, 사전 활동으로 이들은 사전 활동으로 오는 10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4주간의 감정노동 파업, 꾸밈노동 파업, 독박 가사·돌봄 노동 파업, 일터 내 성차별 반대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감정노동, 꾸밈노동, 독박 가사·돌봄 여성노동자들의 적나라한 현실 고발

2014년부터 학교에서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홍순영씨는 “초등 돌봄 교실은 사회적인 요구로 그 역할이 날로 커지며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여성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받고 일과 가정의 양립에 의한 양육과 돌봄 부담을 떠넘기며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돌봄전담사 홍순영씨 © 은동기 기자

홍씨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26일간 청막농성을 펼치고 7월에 항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참여했던 이유에 대해 “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내 자녀, 내가 돌보는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가 조금 더 나은 일자리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이중삼중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파업과 투쟁으로 맞서 싸우고 있으며, 여성의 노동이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성들이 일을 멈추는 것”이라고 파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성 감정노동자로 활동명이 ‘파도’라고 밝힌 8년 경력의 고객센터 퇴직자는 “고객센터는 전쟁터”라며 화장실도 제 때 갈 수 없고 전화를 최대로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근로 환경과 내부 실적 등에서 기인하는 성차별 등의 사례를 들어 고객센터에서의 차별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김하나 활동가 © 은동기 기자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김하나 활동가는 “업무에서는 합리적인 효율과 능률을 추구하고 관계에서는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지향한다”면서 “나는 내가 속한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이 조직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지만 나는 조직에서 발휘되는 업무능력은 화장유무와는 별개이고 구성원과의 관계는 타인의 외형평가로 쉽게 뒤틀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윤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13분인데 비해 남편은 40분이며, 외벌이 가정의 남성의 가사노동은 30분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통계청이 발표한 하루 가사노동현황실태를 인용하며, “여성이 돈을 벌어도 남성은 가사분담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  © 은동기 기자

그러면서 여성들은 누군가를 수발하고 보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며, “당당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고 평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일하는 주체로서 대우받고 인정받기 위해 오늘 여성파업 선언에 함께 한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차별적인 노동을 거부하고 여성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발전의 주역 여성노동자들, 50%가 비정규직, 월평균임금은 최저임금 못미처

여성노동자들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 선포> 기자회견문을 통해 성별임금격차 34.6%로 OECD 1위이며,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정지수도 OECD 국가 중 29위라는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하고, “한국은 여성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은 언제나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3월 6일 오후 3시 여성파업 선언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

이들은 여성의 저임금으로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해 왔지만 여성은 그 과실을 나누어 받은 경험이 없다고 강조하고, 남성임금은 퇴직 직전까지 꾸준히 상승하지만 여성임금은 채용, 배치, 승진, 교육, 퇴직 전 과정에 걸친 성차별로 인해 40세를 기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임금노동이 시작된 이래 여성들은 생애 단 한순간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노동자 중 50.8%인 비정규직 여성의 월평균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저임금은 여성의 독립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는 노동들을 거부한다”고 선언하고, 여성에게만 당연하게 요구되는 독박 가사-돌봄노동은 여성을 만성피로의 과로노동자, 시간빈곤자로 만들고 있다며 국가의 정책은 이제까지 여성노동자 한쪽에게만 초점을 맞춘 ‘일·가정 양립’제도를 운영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무급으로 부과되는 노동들을 거부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4주간의 파업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현장 파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감과 연대를 넓혀갈 것이며, 3월 6일 여성파업으로 세상을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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