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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깐 마스크를 당장 왜 많이 못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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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20-03-15

▲ 3일 서울 마포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상암점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신고제로 바꾸면 더 빨리?"…이미 꽤 빨라진 허가 과정

KF80·KF94·KF99 등 보건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만 생산할 수 있다. 당국의 허가 절차를 생략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생산업자가 신고만 마치고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면 생산량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감염 예방 성능을 갖추지 못한 마스크가 마구잡이로 양산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최근엔 당국이 현행 허가제 아래서도 신규 마스크 업체가 빨리 생산에 착수할 수 있도록 평상시보다 현저히 빨라진 속도로 인허가를 내주는 추세다.

 

마스크 성능 실험 기관들에 따르면 마스크 대란이 시작된 이후 공식적으로 45일이던 성능 실험 소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달라는 식약처 요청이 최근 내려왔다.

 

7개 시험 기관 중 한 곳인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은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은 "실험 기간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3주 이내라고 안내한다"며 "아무리 빠르게 진행해도 1주일은 넘게 걸린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전 공식 기간인 45일보다는 단축된 셈이다.

 

성능 시험서를 받으면 식약처 등록 절차를 밟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전 보통 55일 소요되던 것에서 최근 대폭 시일이 줄어든 사례도 있다.

 

경남 양산시는 지난달 말 허가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신규 마스크 생산 업체의 민원을 접수하고 식약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는 해당 업체가 10일 만에 식약처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5일 발표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통해 식약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밝혔다.

 

◇ 마스크 찍어내는 기계, 새로 구하기 쉬울까

허가가 빨리 나오더라도 마스크를 생산할 기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스크 공급 부족이 장기화·세계화되면서 마스크 신규 생산에 뛰어들겠다는 이들이 늘었고, 마스크 기계를 확보하는 것이 전쟁이 됐다고 관련 업계 사람들은 말한다.

 

생리대 등 의약외품 생산·유통에 14년간 몸담다가 마스크 공장 신설을 준비 중인 구모씨는 "국산 설비를 쓰려면 공장이 몇 군데 안 되다 보니 8∼10개월 기다려야 한다"며 "중국 기계 역시 현지에도 지금 마스크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입에 보통 3∼4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구씨는 "평소 같으면 중국 공장에 직접 가 성능 등을 알아보고 계약하는데 지금 한국인은 입국 시 자가격리되지 않느냐"며 "그래서 설비 소개 브로커가 활개 치며 사기 위험도 높다"고 전했다.

▲ 지난 11일 광주 한 마스크 생산업체에서 의용소방대원이 일손을 거들고 있다 

 

그는 "원래 거래하던 중국 쪽 파트너가 있는 우리 같은 경우 기계 들여오는 데 한 달 반 정도가 걸린다"며 "정상가의 2∼3배를 주면 시일을 2주일에서 한 달 정도로 단축할 수는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설비 수입을 중계하는 B무역의 박모 사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KF94 제조 설비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마스크 종류를 가리지 않고 쇄도한다"며 "마스크 설비를 수입해달라는 한국 쪽 의뢰는 물론 수출할 수 있는 한국 업체를 찾아달라는 중국 쪽 요청도 많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중국 설비를 2∼3주 내로 수입할 수 있다"면서도 "요즘은 그야말로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마스크 생산 설비를) 찾는 상황인데,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그저 돈만 보고 덤비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뭐니 뭐니 해도 관건은 필터 공급"

마스크 생산 업체들은 필수 원자재인 필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마스크 업체 메이클린 관계자는 "양산을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필터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공장에서 기계 4대 중 3대를 주간에만 가동하는 이유도 필터나 인력 공급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6일 오후 부산 사하구 마스크 제조업체 네오메드의 생산 기계가 멈춰 있다. 이 공장은 보건용 마스크 심장이라 불리는 MB 필터(멜트블로운) 재료 부족으로 생산라인 11개 중 2개만 가동되고 있다 

 

국내 필터 제조업체 송모 부장은 "코로나 사태로 공장 가동률이 80%에서 120%로 올랐는데 하루에 마스크 100만∼12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국산이나 중국산 필터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최근엔 정부가 인도산, 터키산 등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최근엔 마스크 생산업자들이 러시아산 필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필터 1t당 500만원가량이던 중국산이 당시 1천200만원이던 국내 가격을 따라잡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원활한 마스크 생산을 위해 필터 생산·수입량 증대도 필요하지만 유통 단계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마스크 가로채기'가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북에서 매달 200만장가량을 생산하던 마스크 공장 이모 사장은 "7∼8년 거래한 필터 공급사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마스크 100만매를 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필터 공급을 중단했다"며 지난달 27일 공장 가동을 중단한 뒤 지금까지 필터 공급처를 찾지 못해 마스크를 못 만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우리 공장이 거래하는 필터 유통업체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지 않지만 다른 유통업체에서 '필터를 공급해줄 테니 마스크를 내놓으라'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마스크 공장을 준비 중인 구 사장은 "일부 유통 대리점이 '필터 100을 주면 마스크 80을 찍어달라'는 식으로 갑질을 하고 받은 마스크를 고가에 팔거나 다단계 등 비정상적 경로로 유통한다"며 "필터가 공급됐으면 제조사에서 만든 마스크가 어디로 어떻게 분산되는지, 정상 판매망으로 가는지 중간 매점매석으로 가는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필수 부자재로 꼽히는 MB(멜트 블로운) 필터의 국내 생산이 향후 2달 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구 사장은 "MB 필터 설비 11대가 최근 국내에서 발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5월 말 정도 되면 (필터) 물량이 괜찮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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