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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런 나라인가? '코로나 국가비상사태' 생필품 진열대 쓸어 담아

대형마트마다 사재기 인파…화장지·생수·음식료품 곳곳 텅빈 진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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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별취재팀
기사입력 2020-03-15

미국이 '코로나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집단공포로 많은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

대형마트 마다 화장지와 생수,음식료품 곳곳의 진열대가 텅 비고 있다.

 

▲ 텅 빈 '빵 판매대'. 13일(현지시간) 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빵 판매대에 남은 물량이 많지 않다. 

 

주말인 14(현지시간)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대형마트 체인.출입구 앞에선 줄이 길게 늘어섰고, 점원은 쇼핑카트 손잡이를 세정제로 꼼꼼하게 소독하고 나서야 하나씩 손님들에게 넘겨줬다.

 

인파로 북적이는 마트 내에서도 손님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는 듯 가급적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계산대 점원의 손에는 일일이 일회용 비닐장갑이 끼워져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처음으로 주말을 맞은 미국 전역에서는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하고, 비상사태는 얼마나 장기간 진행될지를 전혀 예견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1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가 듬성듬성 휑한 모습이다.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를 찾은 뉴욕 교민 정모 씨는 "다음 주부터 최소 2주간 학교 수업이 중단됐는데, 4월 봄방학까지 한 달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당장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이 2명이 집에만 머무는 상황인데 먹거리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불안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13일부터 본격적인 '사재기(panic buying) 광풍'으로 이어졌다.

 

동부의 뉴욕부터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까지 대형 마트마다 인파가 몰렸고, 주요 생필품 진열대마다 사재기가 훑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인마트에도 백인 등이 평소보다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을 사기 위해 아시아계 마트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 뉴저지 슈퍼마켓의 '화장지 판매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한 슈퍼마켓 체인의 화장지 판매대.   

 

지역 라디오에선 '빈 선반'이 미국의 주말 풍경을 묘사하는 얘깃거리로 오르내렸다. 점포마다 빈 선반 앞에서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종일 화제에 올랐다.

 

진열대마다 판매 수량을 1~5개씩 제한하는 공지가 달렸고, 일부 매장의 계산대에선 더 많은 수량을 요구하는 고객과의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뉴저지주의 한 슈퍼마켓 체인 '스톱앤드숍' 출입구엔 애초 밤 11시까지인 영업시간을 밤 8시로 앞당긴다는 공지문이 붙었다. 선반을 다시 채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점원 켈리는 "다들 미쳤다"면서 "내일 아침에 문 열자마자 다시 오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동부에서 36년째 사는 김모씨는 "지난 2000Y2K 사태를 앞둔 1999년에도 사재기가 극심했는데 그때 이후 가장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주말이면 한산한 도심권도 사정은 마찬가지. 워싱턴DC 로건서클 인근의 대형마트 자이언트에는 주말 오전 9시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손 세정제와 비누 등 일종의 '코로나19 대응 용품'들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생수, , , 유제품 등 일종의 필수 음식료품으로 '사재기 광풍'은 이어졌다.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의 야채 판매대도 듬성듬성 휑한 모습이었다. 홀푸드의 한 점원은 "아침 문을 열면 오전에만 야채 절반 이상이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대비하듯, 스파게티 면류를 비롯한 건조 식자재 또는 냉동식품 등도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판매대에 남은 물량이 적었다.

  

뉴저지 월마트의 점원 제임스 크레이크는 "허리케인 같은 비상사태마다 통조림·생수와 함께 화장지를 사곤 하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사는지 모르겠다"면서 "어쨌든 다들 아침이면 키친타월이나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쓸어 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논리적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화장지 사재기'에 담긴 공포심리에 주목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연관되지 않은 품목을, 그것도 실생활에 직접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 자체가 집단적인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CNBC 방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손 비누와 세정제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다소 뜻밖의 품목도 비축하고 있다"면서 "바로 화장지"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비심리학 전문가를 인용 "화장지는 집단 패닉의 아이콘"이라고 전했다.

 

미국인의 '패닉'은 생필품이 아닌 일반 쇼핑을 하는 대형 몰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표출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파가 몰리는 곳을 피하려는 심리에 대형 쇼핑몰에는 주말임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의 한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 직원은 "코로나19 때문에 평소 주말 저녁과 비교하면 70%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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