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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보다 더 절박' 소상공인 직접대출 첫날, 전국62개 소상공인센터 장사진

'코로나 보릿고개' 넘으려 새벽부터 긴 줄…준비한 번호표도 금방 동나

  • 기사입력 2020.03.25 17:56
  • 기자명 최수경 기자

 "마스크 사는 줄서기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줄서기가 더 절박해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가 시작된 25일, 전국 소상공인센터 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긴급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 25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천여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날부터 시범 운영되는 소상공인 직접대출은 중기부 산하 전국 62개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 지역센터에서 1인당 최대 1천만원을 신속 대출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거나 다른 대출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각종 금융정책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길 종잣돈을 구하려 새벽부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만큼 소상공인들의 고충도 크다.

소진공 대구북부센터에는 이날 오전 8시께 이미 1천여명이 몰려 센터 건물 밖까지 사람들이 300m가량 길게 늘어섰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자 북부센터 관계자는 긴 줄을 직접 오가며 "오늘은 800명까지만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라며 상담 가능 인원수를 일일이 알렸다.

대구 남부센터에서도 1천여명이 몰리며 주변 도로는 교통혼잡을 빚었다.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서 상당수는 대기 번호표조차 받지 못하고 헛걸음을 해야 했다.

그나마 이른 새벽부터 기다려 번호표를 받은 사람도 순서를 기다리느라 몇시간씩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피해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이 평소에도 자금 지원을 상담받고자 300여명씩 몰려들던 터라 직접대출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현장은 기존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혼란이 가중됐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긴급 대출 접수가 시작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 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소진공 경기 화성센터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대출 신청 번호표 배부를 215번에서 마감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상담을 진행 중인 창구 번호판은 90번대에 머물면서 상인 40∼50명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며 대출 한번 신청해본 적이 없었다는 A씨는 월세와 공과금 등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1월부터 라이브 카페를 시작했다는 조영웅(43)씨는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조씨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더 줄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정부에선 영업을 잠시 멈추라고 권고하는데 그에 대한 소상공인 대책이 뚜렷이 없어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소진공 경기 안양센터도 이날 오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센터 안내 직원은 "어제에 이어 오늘 9시에 대출신청 접수를 했는데, 이미 오전 6시부터 대출 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내가 출근한 8시께 이미 80명이 줄을 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220명이 대출을 신청한 한 이 센터에서는 전날에도 300여명이 대출신청을 하고 돌아갔다.

대출신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여성 김재분(69·여)씨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업이 너무 안 돼 직원 2명의 월급을 두 달 치나 주지 못했다"며 "이번에 대출을 받으면 우선 월급부터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진공 대전 북부센터에서는 직원들이 대리대출을 받으러 온 소상공인에게는 "번호표가 마감됐다"는 설명을, 직접 대출을 받으러 온 이들에게는 구비서류 안내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소진공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담보기관을 통한 대리대출을 해오고 있었는데, 이날은 직접대출을 원하는 소상공인까지 한꺼번에 몰려 더욱 혼잡했다.

직접대출 첫날이다 보니 구비서류나 자격조건 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도 있었다. 센터 측은 사무실 옆 교육장에 따로 직접대출 절차 등을 안내하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소상공인들에게 설명했다.

유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53)씨는 "소진공 홈페이지 접속이 잘 안 돼 어떤 서류를 갖춰서 와야 하는지 몰라 직접 찾아왔다"며 "서류를 갖춰 다시 찾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리대출 상담 번호표 310개는 오전에 모두 동났다.

대덕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빚을 내고 노래방을 열었는데, 요즘은 손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정부에서 2주간 운영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해 아예 문을 닫아놨다"고 말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50대 남성도 "요즘 같은 때 여행 가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거의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소진공 부산 중부센터에서는 오전 7시부터 줄을 섰던 상인이 4시간이 지나서야 상담을 마치고 나왔다.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는 이 상인은 "그동안 신보재단이나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이 쉽지 않았다"며 "매출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당장 임대료라도 내려면 이 돈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찾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의 방문과 상담이 밀려들면서, 사실상 전국 소상공인센터 전화 상담은 불가능한 상태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나 절차를 확인하려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려 해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때가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좀 혼란이 있으나 다음 달 1일 정식 시행에 앞서 일주일간 시범 운영을 하며 시스템을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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