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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기후위기의 공범"

석탄발전사업 투자 확대하는 NH투자증권 등 5개 투자사 규탄

  • 기사입력 2020.03.25 15:58
  • 기자명 은동기 기자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을 선언하고 주요 금융기관 및 국제 투자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회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석연료인 석탄을 원료로 하는 석탄화력발전산업에 투자하고 있어 시민들과 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녹색연합'은 25일 오전 여의도 소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타화력발전사업에 투자하는 5개 금융회사를 규탄했다.     © 은동기 기자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녹색연합’은 25일 오전 10시에 여의도 소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자하며 기후위기 가속에 일조하는 5개 금융회사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를 규탄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주주총회가 예정된 이날,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상기 5개 증권회사는 각 100억 원의 포스파워 삼척석탄화력발전사업(이하 '포스파워') 회사채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에 2,100MW 급 석탄화력발전소 짓는 포스파워 500억 원 규모 회사채 또 인수

포스파워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조달받은 자금은 강원도 삼척에 짓고 있는 2,100MW 규모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여될 예정이다. 사실상 이들 금융기관이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위해 500억 원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국내 4개의 신규 석탄발전사업 중 하나인 해당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당시 확인되지 않았던 천연 석회동굴이 착공 직후 2개나 연달아 발견되며 거짓·부실 영향평가 논란을 낳기도 했다.

  © 한국기업평가의 포스파워 평가서

포스파워는 4조 9천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비의 80%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차입금과 회사채로 조달한다. 전체 사업비의 20.5%인 1조 원을 회사채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며, 지난 해 9월에 500억 원을 차입한 데 이어 오늘 두 번째 회사채 발행으로 총 1천억 원을 마련했다. 보통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회사채 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매우 적은 금액이지만, 포스파워의 이번 500억 원 규모 회사채 조달 과정은 버거워 보였다. 공모채 수요 예측 과정에서 희망금리밴드차입자가 예비투자자에 제시하는 희망금리 구간 내에서는 유효 수요를 단 한 건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보다 높은 금리로 300억 원의 유효 수요를 확보했으며,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로 구성된 인수단은 현재 추가 청약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포스파워는 포스코에너지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안정산 일대에 건설 중인 국내 최대 규모 (총 2,100MW)의 석탄화력발전사업으로, 가동하면 연간 1,300만 톤의 온실가스와 570톤의 초미세먼지 (PM2.5)를 내뿜으며 지구 기후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모두가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모으는 지금, 세계 금융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는 데 반해, 화석연료인 석탄은 환경적·윤리적·재무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더 이상 인정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발 빠르게 석탄투자를 철회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사업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5개 금융회사의 행태는 지구와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존속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결코 현명하지 못한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탄발전사업 투자, 투자자에는 손실, 시민에게는 미세먼지를 안겨주는 어리석은 선택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  © 은동기 기자

기후솔루션 대표인 김주진 변호사는 "포스파워가 이 작은 회사채 발행 건 하나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석탄산업이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한다"며 "NH투자증권 등 5개 금융사는 매우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는 투자자에는 손실을, 시민에게는 미세먼지를 안겨줄 뿐인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기후에어지팀장  © 은동기 기자

녹색연합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도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의 고통과 기후위기로 시름 하는 지구의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발전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 것은 NH투자증권처럼 무책임한 투자자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석탄발전에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사업자 의지가 강하고 정부가 이미 승인을 했더라도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서울시 교육청 앞에는 청소년기후행동,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청소년·환경·시민단체들이 모여 전국 교육청이 탈석탄,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한 금융기관을 금고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73조 9,002억 원에 이르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금고 규모 내 NH농협이 운영을 맡은 금고만 69조 2,943억 원으로, 90%를 훌쩍 넘는다. NH농협과 NH투자증권의 지주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의 석탄 투자 규모는 4조 원을 넘는다.

단체들은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용은 산업화 이후 100여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을 1도 가까이 상승시킨 주요인으로 지목 받으며 전 세계 국가에서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급격한 하락과 맞물려 석탄발전의 유일한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 또한 퇴색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세계 석탄화력 최종투자결정은 2015년에 88GW 수준이었으나 2018년에는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져 23GW에 불과했다. 실제로 세계 금융계는 석탄산업 투자에서 재빨리 손을 떼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한 112곳의 금융 기관이 석탄투자 철회를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기후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라고 밝히며 석탄투자 회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그러면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당위가 아니더라도, 석탄 산업은 이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간주되는 사양 산업”이라고 지적하고, “국내외에서 거세지는 석탄 투자 철회 요구에 신속하게 응하지 않는 금융기관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불타고 있는 지구에 5개 금융사가 500억 원의 연료를 쏟아붓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불타고 있는 지구에 5개 금융사가 500억 원의 연료를 부어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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