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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왕좌왕하는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 기사입력 2020.04.23 21:18
  • 기자명 편집인

코로나 사태로 초래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채 계속 옥신각신이다. 우선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로 하자는 정부와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여당의 주장이 가장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모두 100% 지급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들어 정부와 미래통합당까지 압박하는 모양새다.

또 총선 때는 ‘전 국민에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던 미래통합당은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을 수용할 수 없다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원래 입장으로 돌아갔고, 청와대는 여야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한발 뒤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이는 정치권이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선거에 이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었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7조6,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일단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고위 당정 회의에서 민주당 공약인 전 국민 지급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기재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확대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국가 신용등급 추락을 걱정해서다. 지원금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늘리려면 3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하위 70%에 지급할 재원 7조6000억원은 기존 예산의 세출을 조정하는 2차 추경으로 충당키로 했지만, 추가 재원을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위험선인 40%를 넘어 41.2%에 이를 전망이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채무비율이 더 올라가면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기재부의 우려하는 바다.
 
어쨌든 이러다간 재난지원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처럼 논의를 계속 하다가는 5월은 고사하고 6월에도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말 그대로 긴급히 지원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이미 석 달이 지나면서 생계난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정부가 약속한 재난지원금은 아직 방법을 놓고 논의만 진행되고 있으니 당장 하루 하루가 다급한 서민들에게는 못할 짓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자진 반납토록 유도하자는 주장이 집권당 내부에서 제기됐다고 하는데 난세에 반납을 기대하기 힘든 발상으로도 여겨지지만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총선 막판에 100%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에 큰 힘이 된 여당의 “선거 후 약속을 뒤집을 수 없다”는 처지도 이해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급액을 좀 낮추자는 일부의 목소리는 타협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100% 지급에 동의하고, 여당은 지급액을 낮추면 공약도 지키고 재원도 일정 부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명칭에서 드러나듯 복지 정책이 아니라 재난 정책이다. 또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 긴급하게 적시 공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상을 70%로 할지, 전체로 할지에 대한 이견 때문에 내일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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