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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통로된 술집과 노래방...'N차 감염' 100명 이상

전국 곳곳으로 확산 추세 …결국 병원폐쇄·등교중단 사태까지

  • 기사입력 2020.05.21 07:02
  • 기자명 코로나특별취재팀

안양 룸 형태 술집서 무더기 감염…"청소년 노래방 출입 자제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술집과 노래방을 통해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좀처럼 연쇄감염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있다.

 고교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등교가 하루 미뤄진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옹진군청 선별진료소를 찾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용인에서는 술집에서 이태원 방문 확진자와 접촉한 병원 방사선사가 감염돼 한동안 해당 병원이 폐쇄됐고, 인천에서도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여파로 고등학생 3학년 2명이 확진되면서 80일 만에 등교했던 학생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술집과 노래방은 모두 밀폐된 공간인 데다 좁은 공간에서 밀접 대화나 노래를 하기 때문에 비말(침방울)이 튈 수밖에 없어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쉬운 장소다. 더욱이 영업 중에는 소독이나 환기조차 쉽지 않아 방역당국은 등교 수업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이용자제까지 호소하는 실정이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람보다 클럽발 확진자를 통한 'N차 감염', 즉 2∼4차 전파로 감염된 접촉자들이 늘어나면서 2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졌다.

전날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196명으로, 이 가운데 N차 감염자는 101명에 달한다. 특히 클럽 방문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3차 감염자는 25명, 4차 감염자는 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인천지녁에 확산되는 가운데 19일 오후 인천시 마추홀구 한 대형상가 내 코인노래방이 폐쇄돼 있다.   © 연합뉴스

 
◇ 코인노래방 4곳 '반복·대량노출'…"청소년들 이용 자제해야"

코인노래방은 N차 감염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대표적 장소 중 하나다.

방대본은 코인노래방 4곳(락휴코인노래방·가왕코인노래연습장·별별코인노래연습장·탑코인노래방)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반복적인 대량 노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 미추홀구 비전프라자 건물 2층 탑코인노래방 방문자 가운데 확진자가 연일 나오는 상황이다. 이 노래방에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확진된 학원강사의 제자와 그의 친구가 방문한 곳이다.

특히 고3 등교 수업 첫날인 전날 이 노래방을 방문했던 고3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인천시 5개 구 66개 학교 학생들은 등교 후 점심도 먹지 못한 채 귀가해야 했다.

앞서 탑코인노래방을 이용한 택시기사와 그의 아내 및 아들, 또 20대 택시 손님 등도 무더기로 감염됐다.

클럽발 4차 감염이 처음 확인된 곳도 노래방이었다.

서울 도봉구 가왕코인노래연습장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2차 감염자가 방문한 곳으로, 이후 이 노래방을 방문한 또 다른 손님(3차 감염자)과 지방 결혼식을 다녀온 서울교도소 교도관(4차 감염자)이 확진됐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코인노래방의 특성상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생성된 감염자의 비말이 곳곳에 많이 묻어날 수 있어 코로나19가 더욱 잘 전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환기도 쉽지 않아 공기 중에 떠다니던 비말이 복도 등으로 퍼지면 전파범위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노래방 마이크는 손님마다 커버를 새로 사용해야 하지만, 커버를 교체한다고 해도 동일한 마이크를 사용하는 한 감염 위험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이처럼 노래방을 통한 감염이 확산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중대본 회의에서 "지역감염의 매개체가 된 코인노래방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 또는 자제하도록 하는 조치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경기 안양1번가 내 한 상가에 위치한 주점 '자쿠와'  © 연합뉴스

◇ 술집 다녀간 뒤 감염돼 병원폐쇄·등교중단…"소독·환기 중요"

술집도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을 부추기는 장소다.

여러 지역 출신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을 마시다가 감염돼 뿔뿔이 흩어진 후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자쿠와' 음식점과 관련해서는 안양뿐만 아니라 경기 용인, 안성, 수원 등지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일본식 술집으로, 실내가 룸 형태로 돼 있다.

이 술집을 다녀간 확진자 중 한 명은 용인 강남병원 직원이다. 이 직원이 확진된 후 한때 병원이 코호트 격리까지 되면서 폐쇄되기도 했다. 입원환자 174명과 야간 병원 근무자 39명에 대한 이동금지, 병원 직원 426명에 대한 출근 금지 조처도 내려졌다.

안성에 거주하는 20대 남성도 술집을 다녀온 뒤 감염됐다.

안성교육지원청과 안성시는 전날 이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자 관내 9개 고교 3학년 학생의 등교를 하루 뒤로 미뤘다. 또 이 남성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이날 학력평가 시험을 별도의 공간에서 치르도록 했다.

앞서 서울 홍대와 신촌 술집에서도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홍대 술집의 경우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와 같은 노래방을 이용한 사람이 방문하면서 코로나19가 전파됐고, 신촌 술집에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외국인 3명이 다녀간 뒤 확진자가 줄줄이 나왔다.

술집 역시 노래방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비말이 많이 생성될 수밖에 구조다. 특히 룸 형태의 술집은 룸에 창문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환기도 어렵다.

이런 밀폐된 술집에서는 술을 마시며 안주를 여러 명이 나눠 먹는 것도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한 요인이다.

천병철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말은 테이블이나 문고리에 묻을 수도 있고, 공기 중에 떠 있을 수도 있는데 노래방과 술집은 모두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환경이어서 걱정"이라며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호흡기계 감염병 유행 기간에는 해당 시설에서 환기 및 소독에 더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노래방과 술집처럼 코로나19가 더 쉽게 전파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위험도에 따라 차등 관리하는 등 추가 방역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얼마나 밀접·밀폐된 공간인지, 또 얼마나 많은 비말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는 공간인지 등 여러 가지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토대로 위험시설의 등급이나 위험도를 분류하는 체계를 만들어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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