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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고공농성 해제…이재용 대국민 사과 후 첫 성과

백혈병 분쟁 이어 '사회적 합의' 평가…준법위 "삼성에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길"

  • 기사입력 2020.05.29 17:12
  • 기자명 김진태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9일 고공 농성을 풀기로 삼성과 합의하면서 관련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 고공농성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 삼성에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변화를 다짐한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23일 만에 나온 첫 성과로 평가된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이어 당사자와 삼성, 시민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함으로써 난제가 해결된 또 한 번의 사례가 됐다.

삼성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김용희씨 농성 문제가 양측 합의에 따라 전날 최종 타결됐다"며 "회사는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어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해 왔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삼성은 "김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더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김씨와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삼성과 농성 마무리에 대해 합의했다고 알렸다.

김씨는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한 직원으로,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와 다툼을 벌여왔다.

김씨는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다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시기에 맞춰 지난해 6월3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어 6월 10일 서초사옥이 보이는 강남역 철탑 위로 올라가 이날까지 300일 넘게 고공 농성을 했다.

김씨와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 삼성의 사과 ▲ 해고 노동자 명예 복직 ▲ 해고 기간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김씨와 삼성 측은 그간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긴 했으나 소득이 없다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본격적으로 진전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6일 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당시 회견에서 김씨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노사 화합 상생을 도모,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시민사회가 기업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면서 외부 질책과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씨 농성 종료 합의가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의지를 담은 구체적인 첫 성과라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조에 적대적'이라는 과거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고, 김용희씨 농성 해제라는 실천으로 이어졌다"며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노조·근로자를 존중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날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노동에 대한 삼성의 관점들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들어 오랜 난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고, 최근 대국민 사과를 기점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평가다.

2018년 4월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했고, 그해 11월에는 2007년 기흥사업장 노동자 황유미씨가 숨지면서 시작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무리 지었다.

현재 준법감시위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반도체 백혈병 분쟁 조정위원회를 이끌어 사과문을 포함한 중재안을 조율했고, 반도체 담당 김기남 대표이사가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합의 내용도 사회적 책임 면에서 삼성의 상당한 성과로 평가됐으며,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가져온 삼성의 변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문제 해결·변화 노력이 '꼼수'라는 지적도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경영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기조에 따른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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