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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교수, 일 우익잡지 기고…"위안부 강제연행 아냐. 징용, 돈 벌려 자원한 것"

'한국의 식민지 평가 잘못' 반복

  • 기사입력 2020.06.27 21:53
  • 기자명 이경 기자

강의 중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매춘부가 '비슷하다'고 발언해 징계를 받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우익 성향의 일본 잡지에 기고문을 싣고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류 교수 기고문을 한국어로도 인터넷에 소개하고서 "한국사회의 이상한 실태를 한국 사람들도 읽으면 좋겠다"고 홍보하는 등 기고문이 일본 내 '혐한'(嫌韓) 기류를 부채질하는데 악용되는 분위기다.

류 교수는 월간지 '하나다'(hanada) 8월호 기고문에서 자신의 수업 내용을 소개하며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관한 한국 사회의 주된 평가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예를 들면 "토지조사사업이 한국 사람들 소유 농지의 40%를 일본 사람이나 일본 국가에 약탈당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한국의 역사 교과서가 잘못된 것임을 설명했다. 토지조사사업은 기존의 소유권을 근대적인 방법으로 재확인하여 세금을 정확히 징수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고 썼다.

그는 "한국 쌀을 일본이 빼앗아 간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 갔을 뿐이라는 설명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또 "징용 간 사람들 대부분 역시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돈 벌러 자원해 간 것임도 설명했다"며 일본 우익 세력과 닮은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의 젊은 여자들이 위안부로 나서게 된 것도 강제로 연행당한 결과가 아니라, 민간의 매춘업자에게 취업 사기를 당해서였다는 설명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성폭력이라는 비판을 받은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이 "절대 '매춘을 해보라'는 발언이 아니다. '조사·연구를 해보라'는 발언일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수업 당시 그는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래요. 지금도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한테 술만 팔면 된다', '그런 거 한 시간에 얼마 한다' 그렇게 해서 말하자면 접대부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지금도 그래요.

지금도.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고"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오늘날 성매매 종사자와 비슷하게 취급하는 류 교수의 주장은 위안부 피해자가 공개 증언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인 김복동(1926~2019) 할머니는 위안소 생활에 관해 "죽으려고 마음도 먹었으나 그러지는 못했고, 매를 맞지 않으려면 시키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2015년 4월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일본의 여러 사학자는 동원 당시 물리력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강제성 여부를 평가하거나 위안부 동원을 성매매로 간주하는 것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사학연구회 등 일본의 16개 역사 연구·교육 관련 단체가 2015년 5월 발표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역사학회·역사교육자단체의 성명'은 "강제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로 실증돼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강제연행은 억지로 끌고 가는 사례(인도네시아 스마랑, 중국 산시성에서 확인, 한반도에도 많은 증언 존재)에 한정돼야 할 것이 아니며, 본인의 의지에 어긋나는 연행 사례(한반도를 비롯한 넓은 지역에서 확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근래 몇 년간의 연구에서는 동원 과정의 강제성뿐만 아니라 동원된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성노예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성매매 계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배후에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존재했으며 관련된 정치적·사회적 배경을 사상(捨象·떼어내 버림)하는 것은 문제의 전체상에서 눈을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논평했다.

연세대는 류 교수의 강의 중 발언과 관련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으나, 서울중앙지법은 류 교수가 징계 취소를 요구하며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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