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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검언유착 의혹' 전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유시민 비리 제보받으려 이철 전 대표 협박한 혐의

  • 기사입력 2020.07.15 22:15
  • 기자명 이경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15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는 24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전

에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용함에 따라 대검 보고 없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7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으나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대검 수뇌부와 의견이 엇갈렸었다.

◇ "가족 수사 언급하며 협박" vs "죄 되는지 의견 대립 첨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이 기자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7일 또는 다음주 초 열릴 전망이다.

이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가족에 대한 수사 등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 기자는 2월14일부터 3월10일 사이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대표님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친지·측근 분들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공포심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협박을 공모했다고 의심한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55)씨를 세 차례 만난 자리에서 선처를 받도록 도울 수 있다며 한 검사장과 통화 녹음을 들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월13일 이 기자가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공모의 증거로 본다.

이 기자는 한 검사장과 공모는 물론 이 전 대표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 "저는 로비스트가 아니다",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는 없다"고 적었다. 지씨가 있지도 않은 '정치권 로비 장부'를 언급하며 함정을 팠고 2월13일 한 검사장과 대화 역시 전체 맥락을 따져보면 공모가 없었음을 입증할 반대증거라는 게 이 기자의 주장이다.

이 기자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강요미수죄 성립에 대해 검사 등 법률가 사이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미수에 그쳐 피해 발생이 없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조차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휴대전화·노트북 초기화…'증거인멸 우려'도 쟁점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범죄 성립 여부와 함께 채널A 자체 진상조사 단계에서 이 기자가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한 게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를 스스로 인멸한 경우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증거인멸 우려'는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세 가지 구속 사유 중 하나다.

이 기자는 지난 3월31일 MBC의 첫 보도로 의혹이 제기되자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PC를 초기화했다. 검찰은 이 기자가 이미 증거를 상당 부분 인멸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중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운 이후 지휘권 논란으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 사이 추가로 증거를 없애거나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기자는 휴대전화·노트북 초기화에 대해 "수사가 착수되기 전의 일로서 기본적으로 취재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통상의 사건에서 수사를 앞두고 사생활 보호 등 사유로 휴대전화를 교체했더라도 곧바로 구속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수사심의위의 검토 대상이 수사 계속 또는 기소 여부인 만큼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규정상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기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이 심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사팀은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과 진술을 최대한 확보해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수사심의위 일정에는 성실하게 참여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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