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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의 시마당> 산

  • 기사입력 2020.09.26 15:23
  • 기자명 안재찬 시인

   

▲    안재찬 시인

 

             산
                                      박수민

산에서는 시와 음악이 필요 없습니다
그의 존재가 시와 음악입니다

산에서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의 침묵이 정겨운 말입니다

산에서는 용서가 필요 없습니다
그의 품이 포근한 용서입니다

산에서는 위로가 필요 없습니다
그의 표정이 따뜻한 위로입니다

그분을 닮은 산은 언제나
오라고 오라고 손짓합니다

산은 시와 음악이고, 산은 말이고, 산은 용서고, 산은 위로다. 시인은 산이 창조주 그분을 닮았다고 한다. 4계절 어느 때나 나한테 와서 노래하며 놀다 가라고, 쉬다 가라고, 세상 찌든 삶을 위로받고 가라고, 혹여 지은 죄 있어 가슴 속에 어둠이 쌓여 있다면 용서받고 가라고, 입 없는 말로 은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4연에서의 산은 5연에서 하나님을 암시하고 있다. 산의 표상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값없이 주는 기독교에서의 신이다. 사랑이다. 만물을, 역사를 주관하는 우주의 주인이다. 믿음의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은 계절마다 얼굴색을 달리하는 산에 빠져 취하고 노래한다. 고단한 삶을 잠시 부려놓고 위로를 받는다. 산의 넉넉한 품을 신앙적으로 읊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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