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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위원장 후보들 "사회적 대화는 투항" vs "악마화하나"

2차 토론회서 기호 1번 후보 사회적 교섭 공약 집중 공격

  • 기사입력 2020.11.20 15:07
  • 기자명 김진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위원장 후보 2차 합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기호 1번 김상구 후보가 내건 '사회적 교섭' 공약이 토론 초반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4명의 후보 가운데 사회적 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민주노총 사무총장으로 민중 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던 기호 2번 이영주 후보는 "한국 민주노조 운동 역사상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교섭 또는 노사정 합의가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라며 김 후보의 사회적 교섭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민주노총은 투쟁본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투쟁 없이는 쟁취도 없다는 게 한국의 노동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인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투쟁보다 교섭이 더 많이 얘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교섭도 투쟁을 수반하지 않으면 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민주노총이 참여했다가 탈퇴했던) 1998년 노사정 합의로 인해 노사정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고 있다"며 "20년이 넘은 상태에서 민주노총 내 정상적인 토론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민주노총이 110만 제1 노총에 맞게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 체계와 교섭 체계를 전략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사회적 교섭에) 여태껏 실패해왔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할 시점이 충분히 됐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교섭을 얘기한다고 해서 투쟁을 회피한다고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투쟁과 교섭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쟁 없는 노조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공공운수노조의 전신인 공공연맹 위원장을 지낸 기호 4번 이호동 후보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당시 상황과 조건에 맞춰 어떤 전술을 구사할 것인가는 민주노총이 당당히 선택하면 된다"며 "대화와 관련해서는 제1 노총답게 회피할 이유가 없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가 쟁점이 되는 것은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 참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김명환 당시 위원장은 노사정 협약 합의안의 추인을 못 얻어 사퇴했지만, 민주노총 내부에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주도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관계 설정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영주 후보는 양경수 후보가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는 진보당을 지지하는 조합원도 있고 정의당을 지지하는 조합원도 있다"며 "어느 한 진보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라는 것은 패권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진보정당이 단결하고 그 정당에 힘을 실어 지지하는 게 우리의 지향이 돼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 않는가"라며 "현실에서 그게 가능한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향과 목적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 조합원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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