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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탄소중립 외침에도…정책 혼선에 기후대응 사업 '존재감 부족'

"5년간 전세계 노력에도 불구, 2100년까지 기후위기 전망은 밝지 않아"

  • 기사입력 2020.12.21 09:15
  • 기자명 여성미 기자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21년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파리협정을 채택했다.이후 5년간 전세계 노력에도 불구, 2100년까지 기후위기 전망은 밝지 않다.좀 더 선제적인 추가 감축 노력과 이를 위한 전지구적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이에 한국NGO신문은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노력 등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응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 해수면 상승의 위협

"우리나라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RCP 4.5)되더라도 2100년까지 48.1㎝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추세대로 저감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RCP 8.5) 65㎝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식생이 바뀌고 인간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지난 9월 내놓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중 한 대목이다. 현재 온실가스 저감정책의 실현 정도에 따른 향후 전망이다.

RCP(온실가스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가 높다는 것은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에 가깝다는 것을, 반대로 낮을 때는 지구 회복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저감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손에게 물려 줄 환경과 삶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을 '흑백화면'에 가두면서 온실가스 사용을 줄이자고 호소했다. '방송사고'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2050 탄소중립 선언'에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탄소저감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영상으로 송출됐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 등 국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더 늦기 전에' 일상 속 행동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탄소중립 선도국가로 거듭나자는 포부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내년 5월 우리나라가 개최 예정인 제2차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를 계기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 속 협력 강화 의지도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완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파리협정 제6조 중 국제탄소시장이 열리면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참여해온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정부 입김대로 사업이 출렁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 정책 혼선으로 기업 발등에 불

앞서 우리 정부는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2016년 12월 발효시점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따른 계획이행에 나섰다.

지난 2016년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기존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부터 활용가능 예정이던 국외 감축분을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부터 국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직접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에 기여하고, 여기서 비롯된 온실가스 감축량을 국내 대상업체가 기업에 할당된 감축량을 상쇄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SK증권, S-OIL(에쓰오일), GS칼텍스, IBK기업은행 등이 지난 2017년께부터 쿡스토브 사업 등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확보해왔다.

▲ 가나 쿡스토브 보급식에 참가한 가나대통령(노란상의) 

쿡스토브는 난로 형태의 조리도구다. 세라믹과 금속, 시멘트 등을 소재로 제작되며, 연료 사용량을 20~30% 이상 절감해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이전 발표했던 기업의 제출가능한 상쇄 배출권을 기존 10%(국외 5% 포함)에서 5%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1년도 계획은 물론 기업의 중장기 방향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쿡스토브 사업 참여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국외 감축분 활용 계획 발표 이후 안정적으로 국외 온실가스 감축분을 확보‧활용하고자 쿡스토브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값이 널뛰면서 점차 비싸지는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을 고려했을 때. 쿡스토브사업은 투자 대비 (온실가스)감축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 정책의 혼선이 기업에게는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투자 말라는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고효율 쿡스토브 사업은 민간 ODA성격의 CDM사업

특히 이런 쿡스토브 지원 중 NGO 등을 활용해 해당 개발도상국과 직접 추진 중인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세우고 해당 국가와  상호우호를 다지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미얀마와 가나에 추진했던 사업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개발협력 사업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서발전 투자로 쿡스토브를 보급했던 지난 10월 가나 사업의 경우 나나 아쿠포 아도 가나 대통령(UN지속가능발전목표회의 공동의장)이 참석하는 등 서아프리카에선 이슈가 됐다.

▲ 가나에 고효율 쿡스토브 50만대 공급한 동서발전… 5년간 온실가스 70만톤 감축 전망 

최근 재선에 성공한 그는 "많은 주민들이 쿡스토브를 지원 받고 삶의 질 향상됐다"면서 "동시에 탄소배출 감소와 삼림파괴 예방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리 기업의 지원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특히 앞서 쿡스토브 사업에 발을 뗀 기업들은 이 사업이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성격의 CDM 사업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기본 기조가 지속가능 개발체제(SDM·Sustainable Development Mechanism)로 전환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가나 현지 사업을 총괄한 유인우 그린이엔에스 부사장(주한가나대사관 경제협력담당관)은 "탄소배출권 사업 성과는 물론 현지에서 쿡스토브를 직접 생산, 보급하는 경제원조도 함께 이뤄지는 셈이라 '21세기 아프리카판 새마을운동'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선언과 달리 각 부처는 온실가스 감축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

2015년 파리협정 당시 기후변화대사로서 일했던 최재철 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구느냐'면서 온실가스 국내 감축을 목표로 실행계획을 짜는 것도 좋지만 '안전판' 성격으로 해외사업분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전 대사는 파리협정 교섭 당시 단기간에 산업집약적 발전한 우리나라가 해외상쇄 배출권 가장 많이 활용할 것으로 협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선언과 달리 각 부처는 온실가스 감축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탄소저감 등을 위한 배출권 관련 산업을)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도 제언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앞선 선언에서 밝힌 의지와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CDM 사업과 관련해 기술과 규모를 갖추지 못한 일부 급조 컨설팅 기업 등을 지칭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의 책임만큼 민관협력사업(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향후 해외 CDM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사업의 성격에 부합하도록 최소한 지금까지 추진된 CDM 사업의 CME(관리조정기관·Coordinating and Managing Entity) 역할을 하는 기관들을 평가, 검증할 필요도 있다"며 지난 5년간 추진된 사업의 자정(自淨) 필요성도 덧붙여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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