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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의 앗, 車車] “쌍용차 위기 해소는 내수 활성화 주춧돌”

  • 기사입력 2021.01.14 17:35
  • 기자명 정수남 기자
▲ 김필수 교수. 사진=정수남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IMF)가 불거지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후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합종 연횡이 성행하면서 기아자동차는 현대차가, 대우자동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가,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각각 가져갔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토종 현대기아차와 외국계  3사로 양분됐다.

이들 마이너 3사 가운데 쌍용차가 유독 손바뀜이 심했다. 쌍용차는 IMF 이후 반강제로 대우자동차로 넘어갔다, 2000년대 중반에는 상하이차 소유가 됐다.

쌍용차는 2009년 상하이차가 손을 털고 떠나면서 존폐 위기를 겼었지만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고, 2011년에는 인도 마힌드라 & 마힌드라 그룹으로 넘어갔다.

현재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0여년 만에 다시 쌍용차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주 초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를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 2010년대 들어 국산차 판매가 부침을 겪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판매가 하락했는데요.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서도 내수는 좋은 실적을 거뒀습니다. 다만, 수출은 중국,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이 코로나19 정국으로 크게 줄었고요. 국산차의  위기 입니다.

- 수출은 줄고, 내수는 늘었다? 모순되는 것 같은데요.
▲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함께 K방역으로 불리는 코로나19 대응이 상대적으로 잘 된 점이 여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국산차 업체들이 신차를 대거 출시한 것이죠.

- 문제는 쌍용차 인데요. 승용 5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내수가 감소했습니다.
▲ 신차가 없었죠. 게다가 쌍용차는 당장 해결해야 과제가 유동성 확보입니다. 2016년을 제외하고 상하이차와 결별하기 전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냈거든요. 작년 실적이 최악입니다.
이를 감안해 쌍용차는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3개월 자체 구조조정 기간을 부여했고요. 쌍용차는 2월까지 신규 투자자를 선정하거나, 마힌드라의 투자가 절실합니다.

- 작년 중반 신규 투자자로 부상한 미국 자동차 유통회사인 HAAH오토모티브가 있는데요.
▲ 아직 유의미한 행동은 없습니다만, 마힌드라는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도의 경우 자국 기업이 보유한 해외 회사의 지분을 25% 이상 감자할 경우 자국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쌍용차에 대한 투자가 어렵습니다.

- 쌍용차가 이번에도 살아날 수 있을까요.
▲ 두고봐야 하겠지만,  쌍용차는 미래 가치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라인업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한정돼 있고, 이들 차량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디젤엔진을 탑재했고요.
쌍용차는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원천기술이 미약해 신규 투자자 유치에 한계가 있습니다. 청산가치가 미래가치보다 클 경우 심각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 SUV라는 라인업의 한계가 오히려 위기 극복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 최근 세계 시장에서 SUV 수요가 50%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일 것입니다. 쌍용차가 SUV 전문기업인 만큼 장점으로 부상했습니다.

- 상하이차에 이은 마힌드라도 쌍용차에 대한 제한적 투자 등으로 쌍용차가 미래형 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 비운의 연속인 셈이죠. 앞서 상하이차는 투자를 미끼로 쌍용차가 가진 SUV 원천 기술만 빼갔습니다.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쌍용차를 비롯해 협력사 등의 1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국가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 방법이 없을까요.
▲ 핵심은 모기업의 태도입니다. 마힌드라를 움직여 직접 투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상황은 비관적입니다. 쌍용차 지분 75% 정도를 가진 마힌드라가 이번에 40% 정도 지분을 매각하고 2대 주주로 자리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로서는 마힌드라가 견실한 투자자를 찾는 게 쌍용차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마힌드라는 지분 인수 후 쌍용차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한지 10여년 만에 다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쌍용차 평택 공장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모기업이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 정부가 개입해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경우 국민 저항을 받을 수 있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모기업의 태도에 따라 정부가 방법을 찾는 게 올바른 길입니다.
국영 은행인 산업은행이 상당액을 투자해 쌍용차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 상하이차와 결별 후 정부가 개입해 쌍용차 해직자의 복직문제에 개입한 일이 있는데요.

▲ 정부도 고민일 것입니다. 현 정부의 경제 이슈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대규모 해고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쌍용차 문제를 정부가 수수방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면 어떨까요.
▲ 이상적이기는 한데, 현대차그룹도 이미 국내 시설은 차고 넘칩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완성을 위해 국내보다 해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문재인 정부가 기업보다는 친노동자 정책을 구사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는 요원합니다.

- 위탁 생산 방법도 있는데요.
▲ 쉽지 않습니다. 위탁생산은 다른 공장보다 상당한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직원 급료를 수십% 깍지 않고서는 아예 실현이 불가능 합니다. 생산단가의 획기적 인하와 품질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중국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쌍용차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쌍용차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차량을 위탁생산하는 방법인데요, 현지 지리자동차나 BYD 등 중국 기업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 현 상황을 고려하면 쌍용차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이 유일한 살 길로 보입니다.
▲ 여기에 노사 안정은 기본이고, 올해 전기차를 필두로 신차가 두어종은 나와야 합니다. 국내 잉여 자산 처리와 함께 신규 투자 유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합니다.

- 마힌드라가 최근 투자자를 찾았다며, 조만간 발표한다고 했는데요.
▲ 마힌드라는 이번에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포기하고 30%의 지분만 보유한다고 했습니다. 상하이차처럼 논란만 일으키는 투자자가 온다면 쌍용차는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쌍용차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당장 5000억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 쌍용차에 1조원 이상이 투입돼도 미래를 확보할 수 없다면, 신규 투자자도 큰 의미가 없는데요.
▲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잘못하면 쌍용차가 생명만 연장하는 좀비기업이 될 수 있어서죠.
자동차는 국가 경제의 기틀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가 3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움직입니다. 자동차로 엮인 국내 관련 업종도 전체 업종의 30%를 차하고 있습니다.
쌍용차의 위기 해소가 내수 활성화에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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