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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에 가서 모른데

  • 기사입력 2021.01.20 09:22
  • 기자명 이오장
▲ 이오장 시인  

몰운대에 가서 모른데

                김성배 (1965년~)

몰운대 가서 알았다

몰라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민장대에 걸린 내 마음이

너의 아픔을

다대포에서 놓쳐버린

울컥,

울기 좋아하는 모구치 같아

갈맷길에서 낚아올린 어린 솔숲을 풀어놓는다

몰라서 편안해지고

안개 구름에 가려서

이제야 네가 더 잘 보이는 까닭은

뭘까

시는 아는 만큼 쓰게 된다. 체험으로 겪은 만큼 언어의 폭이 넓어지고 넓이만큼의 설계도를 그린다는 뜻이다. 이것은 중요하다. 간접적이라도 겪어보지 않은 표현은 감정이 없고 감정의 전달이 없다면 외면받기 마련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은 모르는 것은 쥐여 줘도 모른다는 것이고 억지로 주입된 것은 흘려버리기 마련이다. 사물을 떠나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감성은 사물과는 다르지만 사물의 형태 속에 사람의 감성을 넣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작품이라 할 것이다. 김성배 시인의 작품은 이런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다. 어떤 대상 즉 이성의 속마음을 안다는 것은 어렵다. 말로 표현하며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해도 의심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합쳐지지 못한다. 설혹 한 쪽에서 받아드렸다 해도 헤어질 여지가 충분한 이성간의 이별사유가 된다. 몰운대에 가서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민장대에 걸린 자신의 마음이 상대의 아픔을 몰랐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울컥울컥 자신이 싫어져 갈림길에서 붙든 초기의 마음을 풀어버리는 이별의 현실, 더 가까워지지 못한 간격만큼 슬픔이 크다. 안개에 가려서 모른 만큼 행복했고 알아버린 만큼 아쉬움이 남는 이별의 슬픔, 놓아버린 뒤 더 잘 보이는 까닭은 ‘아는 만큼 시를 쓴다’라는 말과 상통한다. 사물의 이미지를 감춰진 자신의 현실화폭에 그린 감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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