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0대그룹 '무책임' 미등기임원들, '보수'만 챙기나...신세계·CJ 총수일가 등 '수두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무보수 미등기로 취업제한 법망 교묘히 빠져나가

  • 기사입력 2021.09.13 03:20
  • 기자명 조창용 기자
▲ 윗줄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자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아랫줄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자녀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각 사 제공]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그룹 내 상장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지만 등기 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겨가는 총수 일가가 수두룩하다.  특히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처럼 무보수 미등기면 범법 후 취업제한에서도 자유롭다. 비록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다는 비난이 있지만.  등기 임원을 피하는 재벌 총수는 사실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21개 주요 대기업집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외에도 신세계, CJ 등 상당수 총수가 어떤 계열사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의 99%가 미등기다. 2020년 삼성전자 기업공시를 보면 등기임원은 11명인데, 미등기임원은 1,089명이다. 미등기라도 경영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법이 문제다.

최근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는 상장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각각 39억 54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들의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각각 33억 6800만 원, 29억 6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명희 회장의 사위 문성욱 부사장은 8억 8800만 원을 보수로 받아 총수 일가가 그룹으로부터 받는 총 보수는 151억 2400만 원에 이른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미등기 임원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로부터 받은 보수는 등기 임원인 차정호 대표이사가 받은 보수의 2배가 넘었고, 미등기 임원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로부터 받은 보수는 등기 임원 강희석 대표이사가 받는 보수의 1.6배에 달했다”며 “‘책임경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CJ그룹도 개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CJ그룹은 10대 그룹 중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례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총수 본인이 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계열사가 없어 권한과 책임의 일원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CJ그룹은 총수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누나 이미경 부회장, 이 회장의 딸 이경후 부사장, 이 부사장의 남편 정종환 부사장대우가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의 아내인 김희재 부사장까지 미등기 임원으로 확인된다. 총수의 배우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한 것은 이번 조사에서 CJ그룹이 유일했다. 

이재현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지주사 CJ로부터 67억 1700만 원을 보수로 받아 등기 임원 김홍기 대표이사보다 3.3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받은 보수(28억 원)는 신현재 대표이사의 1.2배, CJ ENM으로부터 받은 보수(28억 6200만 원)는 허민호 대표이사의 2.4배로 집계됐다. 이미경 부회장이 CJ ENM으로부터 받은 보수 29억 7600만 원은 허민호 대표이사의 2.5배에 달했다.

▲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총수 일가의 현대비앤지스틸 정문선 부사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9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유홍종 상임고문보다 1.7배 많은 액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총수로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데, 등기 이사인 강희태 대표이사보다 보수가 1.5배 높은 13억 1300만 원을 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에서도 ​미등기 임원으로 이영구 대표이사보다 1.9배 많은 10억 원을 보수로 챙겼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조창용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적용된 취업제한이 2021년 2월 종료됨에 따라 지주사 한화에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그는 한화솔루션에도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사장(사진 왼쪽),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도 한화의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사장의 보수는 확인할 수 없다. 현행 고액 보수 임직원 명단은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직원 가운데 상위 5명까지 공개하고 있는데, 김 회장과 김 사장은 공개 대상에서 벗어났다. 차남 김동원 상무는 한화생명의 미등기 임원이다. 그는 지난해 한화생명에 재직하면서 보수로 6억 100만원을 받았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보수(8억 원)의 0.8배 수준이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에서는 정기선 부사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공시 대상에서 벗어나 보수를 확인할 수 없다.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총수 인척의 경영참여가 활발한 SK그룹과 GS그룹도 총수 일가 다수가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이석희 대표이사의 1.2배 보수(30억 원)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김준 대표이사보다 낮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최재원 SK·SK네트웍스 수석부회장, 최성환 SK·SK네트웍스 사업총괄, 최창원 SK텔레콤·SK디엔디 부회장 등이 미등기 임원으로 SK그룹 계열사에 재직하고 있으나 보수 공개대상은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엔디 보수 14억 6400만 원뿐이다. 최 부회장은 전문경영인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챙겼다.

▲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사진=GS건설 제공]

GS그룹도 허윤홍 사장이 GS건설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해 지난해 10억 3900만 원을 보수로 챙겼다. GS건설에서​ 보수가 가장 높은 임병용 부회장의 절반 수준이다. 허서홍 GS 이사,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보 등 총수 일가 3명도 미등기로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보수를 확인할 수 없다. 

▲ (사진속 네모칸)허치홍 GS리테일 상무보 [사진=SBSBiz 캡처]  © 김승동

책임경영을 위해 총수의 등기 임원 등재가 필요하다. 총수가 실질적으로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총수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등기 임원 등재가 중요하다.

아울러 총수 일가 보수 내역은 5억 원 이상 상위 5인 공개 규정에 관계 없이 공개해야한다. 현행 고액 보수 임직원 공개 대상은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제9장 2절에 따라, 개인별 보수가 5억 원 이상인 임직원 중에서 상위 5명만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이 이 기준의 내용에서 ‘총수 일가’의 범위를 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개인은 상위 5명에 제한 없이 모두 공개하도록 개정한다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경계할 수 있는 완결성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사회
경제정의
정치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