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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NGO] 왜적을 앞장서서 물리친 것은 기생들이었다!

  • 기사입력 2019.12.16 15:39
  • 기자명 이용수/ 판소리 이수자, 전문가

판소리 춘향가 중에 여러 기생들이 들고 일어나 데모하는 대목이 나온다. 

춘향이가 변 사또의 수청 들라는 청을 거절하였다가 매를 맞고 기절하자 교방청 기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춘향 보고 ‘차라리 죽어서 남원에도 열녀기생이 하나 나오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부터 훌륭했던 여러 기생들의 이름들을 대는데, 그 중에는 평양에 월선부인도 있었고, 진주의 의암(義巖)부인도 있다고 한다. 

월선부인은 계월향(桂月香)으로서 임진왜란 때 왜장 마쓰우라에게 독을 탄 술을 먹여 기절케 한 다음 그녀의 연인 김응서 장군에게 왜장의 목을 치게 한 공을 세운 기생이다. 

또 진주의 의암부인은 논개(朱論介)를 말한다. 본명은 주논개(朱論介)로서 기생이 아니라 엄연히 의병대장 최경회 장군의 후처인 의암부인이었다. 최경회 장군이 진주성에서 왜군과 싸우다가 중과부적이요, 조정에서도 전쟁을 포기한 상태로 지원군이 없자 다른 두 장수와 함께 진주 남강에 투신하여 순절한다.

그래서 일본군은 대승을 거두고 칠월칠석날 잔치를 벌여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려 했는데, 조선인은 오직 기생들만 출입을 허용하였다. 그래서 의암부인 주논개는 부군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생으로 변장하고 들어가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투신하여 함께 죽었다. 

지면 관계로 의암부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이런 열사(烈士)요, 의사(義士)의 사당 앞에 지금도 ‘의기(義妓)’, 즉 기생이라 표기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기생들은 3.1의거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며, 그 중 경기도 지역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3월 29에는 수원에 있던 기생 33명이 일본인들이 강압적으로 실시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다가 종로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시위를 했고, 이보다 앞서 안성, 진주, 해주, 통영의 기생들도 수천의 군중 앞에 나서서 시위를 했다.

수원 기생 정막래, 이소선 등은 별도로 7인의 기생단을 조직하였다. 또한 김향화(金杏花)라는 기생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와 같은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한 여성 열사 8인 중의 하나였다. 

이처럼 기생들은 예로부터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들고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데 크게 한몫을 해왔다. 항일투쟁도 눈에 띄게 활발하게 했으나 기생이라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학생’이라 왜곡하거나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민족의 대중적인 예술혼과 민족혼을 후세에 전달해준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계층이 바로 이 기생들이었다. 그들은 유교사상의 심화로 남과 여의 구별이 엄격한 조선시대에 그 중간에서 대중 예술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준 독보적인 역할을 한 중요한 계층이었다.

그들을 비하해서 부르는 ‘단골네’ 또는 ‘당골네’라는 말이 본래 단군조선의 뼈대를 이어받는다는 ‘단골(檀骨)’에서 온 말로서, 우리 조상의 숭고한 정신인 단군의 혼을 잇는 사람이라는 의미라는 데서 그 역할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사실 조선에서 기생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되었는지 알면 이런 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임시정부 때까지 이어진 기생학교인 평양권번(券番)에서는 3년간 학예부 수칙이 엄격한 가운데 20여 과목을 공부하고 한 달에 한번 씩 보는 시험에 통과하여야만 비로소 기생이 될 수 있었다. 그 과목도 시조, 가곡, 검무, 현금(玄琴), 양금, 가야금 등의 음악과 춤은 물론이고, 한문, 시문, 서(書), 도화, 사군자 등을 하루 종일 공부해야 했다. 

그들은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도 일본군 앞에서는 어느 장군들 못지않게 용감했고, 장렬했다. 바로 단군의 혼을 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일본이 또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지라 조선시대 기생들의 정신을 한번 떠 올려봤다. 

일본이 우리 정신을 말살하고 비하하기 위해 당시의 대중 예술인 기생의 예술을 무당의 짓으로 비하하여 ‘당골네’ 라고 가르쳤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따라 부르는 것은 더욱 한심한 일이다. 이제부터는 제발 어느 누구도 ‘기생’이라고 우습게 알지 말지어다. (얼씨구, 좋다!) 

▲  수원 기생들의 3.29 수원 종로 시위 장면.
▲ 3.29 수원 기생 시위 주동자 김향화(조선미인보감)

이용수/ 판소리 이수자,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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