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에게 평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일부 특정 사교육업체의 프로그램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이하 ‘사교육걱정’)은 13일, 줄 세우기 교육을 조장하는 사교육 업체의 상품, 광고를 비판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스크림에듀의 ‘홈런모의고사’와 ㈜천재교육의 ‘내전석(내 아이 전국 석차)’이라는 사교육 서비스가 정부의 교육 방향에 역행한다며 이들 두 사교육업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줄 세우기 없는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교내외 성적순 차별, 진학결과 현수막 게시 등 성적과 학벌로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줄 세우는 그릇된 관행들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함으로써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 온 사교육걱정이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에게 평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홈런모의고사(아이스크림에듀社)’와 ‘내전석(내 아이 전국석차 : 천재교육社)’이라는 사교육 서비스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홈런모의고사(아이스크림에듀社)’와 ‘내전석’(천재교육社)’의 평가 신뢰도 의심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들은 학년에 따라 온라인으로 평가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이 문제풀이 후 제출한 결과를 채점과 더불어 시스템을 통해 학업성취 결과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상품이다. 두 업체들은 모두 결과분석에서 문제를 푼 학생이 전국적으로 100명의 학생 가운데 몇 등이나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인 ‘전국 백분위’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주요하게 광고하고 있었다.
사교육걱정은 업체들이 실제로 예시한 결과분석 페이지에는 ‘전국 상위 몇%’와 같이 상대평가 결과가 산출되는 백분위 정보가 버젓이 제공되고 있었으며, 단 몇 문항의 문제를 온라인으로 풀게하고 채점 결과로 현재 전국적으로 줄을 세웠을 때 몇 등 수준인지를 초등학생과 그 학부모에게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상품 광고를 통해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버젓이 게재하고 있었다. 천재교육의 경우 해당 상품의 배너 광고를 심지어 천재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지원 사이트에까지 실었다.
사교육걱정은 사교육 업계에서도 규모가 큰 아이스크림에듀·천재교육社는 다년간의 업력으로 전국적인 학생 성적·문항 DB들을 다량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전국에서 몇 등인지 상대평가 결과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업체가 선별한 단 몇 문항의 풀이 결과 분석으로 나온 백분위가 과연 의미있는 학업성취 지표인지에 대한 평가 타당도 문제뿐 아니라, 표본 특성이나 오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국 백분위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의 평가 신뢰도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분위는 상대평가 정보로서 학습 내용을 제대로 잘 배웠는지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다른 학생보다 얼마나 더 잘했는지에 대한 정보”라고 강조하고, “따라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도감보다는 무한경쟁 의식과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제공되어야 할 지표”라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인 아이스크림에듀社의 교육 콘텐츠들은 다수의 초등교사들이 학교 수업과 평가에 활용하고 있고, 천재교육社 역시 오래도록 학교 수업용 교과서를 출판해왔던 업체로 두 곳 모두 사교육 기업이기는 하나 공교육과 밀착도가 높아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논리만이 아니라 막중한 교육적 책임을 담보한 사업을 전개해야 마땅하다면서 ‘시험이 없어져 객관적 수준을 알 수 없다’며 전국 석차를 알려주는 퇴행적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광고하는 소비자 현혹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교육걱정은 지난 10여년 동안 교육 당국이 일제고사 시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관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의 사실상 폐지와 2013년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및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한 점을 사례로 들어 “이는 정부 차원에서 서열화된 성적 산출을 통한 경쟁?입시 중심의 획일적이고 줄 세우기식 교육을 종식하고, 학생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을 추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에듀와 천재교육 등 사교육 업계에 대해 “이러한 교육적 흐름을 역행하는 반교육적 행태를 멈추고, 학업 성취에 대한 열패감·불안감을 자극하며 경쟁을 과열시킬 우려가 큰 ‘줄 세우기’식 상품 개발 및 홍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교육부에 대해서도 “고액·불법 사교육 단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줄 세우기 교육을 조장하여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사교육 상품 및 광고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침을 내리고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